[단독]프로축구연맹 '한국식 홈 그로운' 도입 검토, K리그 유스 시스템 육성 外人 쿼터 미적용 고려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K리그가 세계화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이른바 한국식 'K-홈 그로운'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K리그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조선을 통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유스 시스템에서 직접 육성한 외국인 선수에 한해 문호를 넓히는 규정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외국인 쿼터에 적용하지 않고도 K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인, 복수 국적, 난민 신청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 프로축구연맹은 앞서 한 차례 검토했으나 외국인 쿼터 확대 문제로 잠시 보류했었다. 최근 논의를 다시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프로축구연맹이 검토하는 제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홈 그로운' 제도처럼 자국 혹은 본인 클럽에서 육성한 선수를 반드시 몇 명 이상 보유하는 개념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한국 사회는 점점 세계화돼 가고 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21년 다문화 가구는 38만5219다. 2020년 36만7775가구보다 증가한 수치다. 다문화 인구도 111만9267명이다. 2020년(109만3228명)보다 늘었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164만9967명에 달한다.
그라운드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22개 유스팀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해외 및 복수 국적 선수는 총 15명이었다. 해외 국적 12세 이하(U-12) 선수는 2명, 15세 이하(U-15) 선수 4명이었다. 복수 국적 선수는 더 많았다. U-12 선수 3명, U-15 선수 3명, 18세 이하(U-18) 선수는 3명이었다. 이후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다소 변동은 있었지만, 2023년에도 여전히 외국인 혹은 복수 국적 선수가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하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 U-15팀에는 2명의 복수 국적 선수가 있다. 독일계 한국인과 일본계 한국인이다. 안산 그리너스는 U-12팀과 U-15팀에 각각 2명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코트디부아르, 중국 등 국적도 다양하다. 안산에는 이 밖에도 더 많은 복수 국적 선수가 있지만, 일부는 한국 국적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도 K리그 유스 시스템에서 호흡하고 있다. 대구FC U-18팀에는 브라질 선수가 뛰고 있다. 아버지 업무 관계로 3년 전 한국에 왔고, 대구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하고 있다. FC서울 U-18팀에는 코트디부아르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살며 K리그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K리그 무대를 밟기는 쉽지 않다. 프로팀 합류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귀화를 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각 구단이 이들을 외국인 쿼터로 선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귀화는 절차 자체가 무척이나 어렵다. 또한, K리그 개별 구단이 신인을 외국인 쿼터로 선발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A구단 고위 관계자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에 와서 사는 외국인 가정, 혹은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다. 적어도 어렸을 때 한국에 와서 K리그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한 선수들만큼은 외국인 쿼터를 미적용 하는 것이 어떻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B구단 고위 관계자도 "10년 전이었다면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외국인, 다문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 K리그는 2023시즌을 진행하고 있지만, 규정을 만들 때는 10년 후를 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는 '홈 그로운' 제도를 통해 미국 및 캐나다 클럽에서 성장한 선수를 자유롭게 영입할 수 있도록 했다. MLS의 홈 그로운 국제 규칙(Homegrown International Rule)을 보면 '미국이나 캐나다의 MLS 클럽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수 자격 요건을 충족하거나 유사한 요건을 충족한 모든 선수는 국내 선수로 간주한다. 선수가 15세 이전 미국 또는 캐나다의 MLS 클럽 아카데미 등의 회원이 되면 이후 MLS 또는 클럽 계열에서 첫 프로 계약을 맺는다'고 돼 있다.
K리그도 MLS와 같은 방식을 고려하는 셈이다. 전제조건이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원칙적으로 18세 이하 선수들의 해외 이적을 제한하고 있다. 해당 유소년 선수의 부모가 축구와 관련 없는 이유로 이민 온 경우거나 선수와 구단이 국경 50㎞ 이내에 위치한 경우, 유럽연합(EU) 또는 유럽경제지역(EEA) 내 이적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K리그도 악용의 소지를 막고, 타국의 리그 선진화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 몇 년 이상 거주' 등의 제한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과거 여자프로농구 혼혈 선수 영입 당시 문제가 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다른 프로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모두 드래프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한국 국적이다. K리그와는 선수 선발 방식이 다르다. C 관계자는 "한국식 홈 그로운 제도를 도입할 만한 단계에 있다. 올해 안에 논의가 급진전되지 않을까 싶다. 다문화 가정도 늘고 있다. 사회가 변화되면서 겪게 되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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