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제3당 성패, 파격적 차별성에 달렸다

2023. 7. 6. 11: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 크지만
현실적 환경은 새 정당에 불리
비례의석 축소 땐 최대 피해자
규범적 호소로는 실패 불가피
국민 호응할 참신한 후보 찾고
과감한 정치개혁 신뢰 주어야

제21대 국회는 타협 실종의 의회라고 규정할 수 있다. 전반기에는 거대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전횡으로 파행을 거듭하더니, 후반기에는 대통령과 여당(국민의힘)이 야당이 된 민주당을 외면한다. 당면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문제에 대해서도 초당적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이 없다.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커질수록 제3당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그런데 제3당이 등장한다는 것과 그 정당이 선거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별개 문제다. 즉, 새 정당 등장에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돼도 선거에서 실패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면 제3정당의 성공과 실패는 어떤 기준에서 평가해야 할까? 선거에서 몇 석을 얻는지에 따라 판단하는 게 보편적이다. 의석이 없는 원외 정당은 공적 대표성도 없기 때문이다. 국회 운영에 참여하려면 정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최소 의석이 20석이다. 따라서 제3정당의 완전한 성공은 20석 이상의 의석을 얻는 것이다. 하지만 10석 이상만 확보한다면 주요 상임위에 의원들을 배정할 수 있고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제3당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긍정적인 요인은, 우선 국민이 거대 양당에 대한 실망 정도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다. 기성 정당들을 견제할 수 있는 개혁적 정당의 등장을 기대한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이 젊은 세대의 정치 관심이 많아졌다. 젊은 유권자들은 이슈 중심적 투표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신생 정당이 지지를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그리고 SNS 등 선거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다양해져서 제3당 후보들의 마이크로 타기팅 선거운동이 가능해졌다.

반면, 불리한 조건도 여러 가지다. 가장 장애가 되는 조건이 선거제도다. 현재와 같은 소선거구제에선 제3당 후보가 승리하기 어렵다. 유권자들이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서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되면 거대 정당 후보들이 유리하다. 유권자들은 최고 선호하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작다면 자신의 표가 사표(死票)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당선 가능성이 큰 두 번째로 선호하는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한 선거구에서 3인 이상을 선출하지 않는다면 소수당인 제3정당은 불리하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선거법 개정 결과로 전체 국회의원 정수가 줄어드는데, 특히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어든다면 제3정당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들 외에 제3정당이 극복해야 할 문제도 산적하다. 먼저, 집중적 지지 집단이 없으므로 확실히 보장된 선거구가 없다.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기성 정당과 달리 국민이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서는 각 선거구에서 당선에 필요한 정도의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쉽게 말해, 모든 선거구에서 20%의 표를 얻는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한다.

또한, 성공하기 위해서 정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좋은 정치를 하겠다, 또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등의 규범적 호소를 앞세웠다간 실패한다. 기성 정당에 대한 비난이 필살기가 될 수 없다. 막연히 새로운 정치를 외칠 게 아니라, 가치적 측면과 정책적 측면에서 정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뿌리 깊은 정당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면 파격적인 차별성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선거에서 후보자 개인의 소구력이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무엇보다 후보자 개인의 자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신생 정당의 고민은, 정치 신인들만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참신성이 떨어지는 기성 정치인을 대량 공천하는 것은 정당이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오갈 데가 없어서 기웃대는 인물들을 잘 선별해 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새 정당이 등장하곤 했지만 ‘정치 신인’ 당대표의 신당이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얻은 정당은 정주영의 통일국민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뿐이었다. 그나마 다음 선거에선 성공하지 못했다. 이들의 의정 활동이 기존 정치 문법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선거 승리와 정당의 존속은 모두 당의 정체성과 연관돼 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