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 찾아온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 거부는 정당"

112 신고에 경찰관 출동, 의심자 집에서 음주측정 요구
법원 "음주운전 인정할 증거 없어"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운전 의심자의 거부에도 집에서 음주측정을 요구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9단독 임영실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1일 오후 광주 남구의 집에 찾아온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음주운전을 해 집으로 갔다'는 112신고를 2차례 받고 그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A씨는 "내가 운전하는 것을 너희들이 봤냐. 난 대리운전으로 집에 왔다. 술은 집 앞 편의점에서 사 집에서 먹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A씨는 경찰관에게 집 밖으로 나가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경찰은 A씨의 안색이 매우 붉고 비틀거리는가 하면 횡설수설한다는 것을 확인, 신고내용을 토대로 그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신고자의 신고 내용이 차종, 차량 색깔, 대략적인 A씨의 집 위치 등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 대한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임영실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도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임 판사는 "112에 A씨에 대한 음주신고를 했던 신고자는 나중에 '일 관계로 마찰이 생겨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A씨를 신고했다. A씨와 함께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카드결제 내역 등으로도 음주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주측정을 위한 수사상 강제처분을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야 하는데, 피고인이 경찰 퇴거를 요구한 이상 해당 임의수사는 적법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범죄의 증명이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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