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野 대표 “더러운 평화”가 망언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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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역사 동안 겪은 수많은 외침 앞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했던 옵션은 '전쟁이냐 평화냐'가 아니었다.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는 제1 야당 대표의 최근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어서 앞으로 두고두고 정치사에 희화화될 것이다.
전쟁은 증오하고 외면한다고 해서 막아지는 것도 아니고, 평화를 간절히 기대하고 염원한대서 그저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평화협정이 평화의 출발이 된 것보다는 오히려 전쟁의 서곡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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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 역사 동안 겪은 수많은 외침 앞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했던 옵션은 ‘전쟁이냐 평화냐’가 아니었다. 단지 전쟁이냐 굴종이냐의 선택이 있었을 뿐이다. 굴종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그 굴종을 평화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는 제1 야당 대표의 최근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어서 앞으로 두고두고 정치사에 희화화될 것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굴종도 마다할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 또는 몽환적 감상주의의 인식이 표출된 것인데, 이 발상대로라면 북한 김일성의 6·25 남침도 맞서 싸울 일이 아니었다. 또, 유엔군의 참전도 부적절한 것이었으며 한반도 공산화도 받아들이고 수용했어야 했다. ‘아무리 나쁜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다’며 고종 황제를 압박하고 일제의 식민 지배를 합리화한 이완용의 평화론과도 정확히 궤를 같이하는 개념이다.
전쟁은 증오하고 외면한다고 해서 막아지는 것도 아니고, 평화를 간절히 기대하고 염원한대서 그저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국제법학자 퀸시 라이트의 ‘전쟁 연구(A Study of War)’에 따르면 서기 1500년 이후 지구상에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없었으며, 윌 듀런트와 아리엘 듀런트의 공저 ‘역사의 교훈(The Lessons of History)’에 의하면 지난 3421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기간은 268년에 불과하다. 더욱 주목할 점은, 현대에 이를수록 전쟁의 횟수가 늘어 1946∼2010년 사이에는 246회의 무력분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는 19세기 프로이센의 클라우제비츠가 명쾌하게 답했다. 전쟁은 정치적 수단이자 고도의 정치 행위라는 것이다. 인류에 정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이미 올바른 정치인이 아니다. ‘전쟁은 선의와 악의의 싸움’이라는 동화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쟁의 본질은 ‘의지의 충돌’임을 직시해야 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고대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의 금언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안보 명제다. 평화가 어떤 선언이나 상대와의 합의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 감상적 평화주의자들은 역사를 주목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평화협정이 평화의 출발이 된 것보다는 오히려 전쟁의 서곡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1·2차 세계대전, 월남의 패배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전쟁 역사가들은 일관되게 말한다. 전쟁이 발생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한가지 결정적인 요인은 ‘힘의 균형이 무너졌거나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오판하는 경우’이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949년 주한미군이 철수하자 북한의 김일성은 소련으로부터 242대의 전차를 지원 받는 등 남북 간 군사력 균형이 무너졌다고 판단하고 기습 남침을 결행했다. 무너진 남북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한 것은 유엔군의 참전이었으며, 덕분에 우리는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
지금 북한의 핵 위협은 현실로 다가왔고, 남북 간 힘의 균형은 무너진 상태이다. 이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대가로 평화를 구걸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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