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민달팽이도 나도 무주택자

박윤슬 기자 2023. 7. 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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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친 어느 오후.

와!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다.

'나도 집이 없는데, 너도 집이 없구나.'

2012년 이후 10년간 직장인 실질임금 총액은 불과 19%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8% 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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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 박윤슬 기자 seul@munhwa.com

비가 그친 어느 오후. 인왕산 자락에서 조금 낯선 생물체와 마주쳤다.

와!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다. 집이 없는 민달팽이.

느릿느릿 자신만의 템포로 어딘가를 가고 있었다.

한참을 보다 보니 어쩐지 허전하다.

‘나도 집이 없는데, 너도 집이 없구나.’

이상한 동질감을 느끼며 손가락으로 집을 만들어줬다.

2012년 이후 10년간 직장인 실질임금 총액은 불과 19%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8% 올랐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저축으로 ‘내 집 마련’을 하기란 사실상 어려워졌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전체 자산 격차도 커지며 상대적 박탈감도 더해졌다.

아, 남의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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