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고 영어로 묘사해보세요” 美시민권 시험 더 어려워진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려면 치러야 하는 시험이 앞으로 더 어렵게 바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영어 실력이 낮은 이들이 미국 시민이 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시민이민국(USCIS)은 2008년에 마지막으로 변경사항이 있었던 시민권 시험을 15년 만에 업데이트하기로 결정했다. 변경된 시험은 올해 후반기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시민권 신청자는 일상적인 영어 말하기, 읽기, 쓰기 능력과 미국 역사 및 정부에 대한 지식을 입증해야 한다.
먼저 USCIS는 해당 시험의 영어 말하기 영역을 더 어렵게 만들 계획이다. 현재는 시험관이 시민권 신청자를 인터뷰하면서 영어 말하기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응시자가 이미 귀화 신청 서류에서 답한 개인 정보에 대해 질문하기 때문에 답변이 쉬운 편이다. 하지만 새 시험에서는 시험관이 날씨나 음식, 행동 등 일상적인 상황과 관련된 사진을 보여주면 응시자가 그 내용을 영어로 묘사해야 한다.
또 미국 역사와 정부에 대한 지식을 묻는 영역에서 문제 양식이 구두 단답형에서 선다형으로 바뀔 예정이다. 한 예로 현재는 시험관이 ‘미국이 1900년대에 치른 전쟁 하나를 대라’고 하면 응시자는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6·25 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 등 5개 정답 중 아는 전쟁 하나만 답하면 된다. 그러나 새 시험에서 응시자는 직접 질문을 읽은 후 선택지 4개 중 정답인 1900년대 전쟁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문제를 풀려면 응시자는 질문을 우선 이해하고, 1900년대에 치른 전쟁 5개도 모두 알아야 하는 셈이다.
새로 바뀔 시험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영어를 잘 못하거나 교육 기회를 누리지 못한 사람들이 이를 통과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매사추세츠주 존스 도서관 내 어학센터의 린 와인트럽은 영어 문해력이 부족한 난민, 고령 이민자, 장애인 등이 시민권 취득하는 것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주 국제연구소 이민 서비스 책임자 콜린 스미스는 “애초에 시험을 보는 것이 중요한가”라며 “이미 정부는 지원자의 전과 기록, 세금 납부 기록 등을 평가하고 있다. 역사와 정부에 대해 알고 이를 암기하는 것도 중요한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시험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20년 문제 수가 2배로 늘어나는 등 길고 어렵게 조정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원상 복구됐다. USCIS은 올해 새 시험을 전국 단위로 시범 도입해 의견을 수렴한 뒤 전문가 검증을 거쳐 올해 후반기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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