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하락, 대출이자 급등, 생산성 하락…‘3중고’ 한국 건설업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과 주택 미분양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국내 건설사마다 재무상태가 악화하고 자금조달 애로가 커지고 있다. 건설기업들이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은 100조원을 웃돈다. 주식·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고금리를 무릅쓰고 은행 창구로 몰려갔던 셈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과 비은행을 합친 국내 예금취급기관의 건설산업 대출금 잔액은 지난 1분기말 100조1299억원(은행 약 40조4천억원, 비은행 약 59조7천억원)이다. 금융기관의 국내 산업대출금 총액(1818조4472억원) 중 5.5%다. 건설산업 대출금 잔액은 2018년 1분기(48조2천억원, 산업대출금총액 1069조8천억원의 4.5%)에 견줘 5년만에 두 배 가량(107.7%) 불어났다. 이 기간 제조업 대출금 증가율(31.5%, 335조9천억원→441조7천억원)의 세배를 웃돈다.
건설사들의 금융기관 대출금은 부동산 경기 하락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1년 4분기말(80조9천억원) 이후 1년3개월 사이에 약 20조원가량 증가했다. 이지혜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시중금리 인상과 부동산PF 부실화 우려로 건설업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유동성 조달 통로가 은행 대출금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건설업은 자본조달에서 주식발행이나 회사채 같은 직접조달보다는 금융기관 차입 비중이 매우 높은 편으로, 2021년 기준 건설기업 총자산에서 회사채 비중은 1.8%, 장·단기 차입금 비중은 20.6%다. 같은 해 제조업은 이 비중이 회사채는 3.8%, 장·단기 차입금은 16.1%였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기업의 금융기관 차입금평균이자율(대출금리)은 저금리 정책이 유지되고 있던 2021년에 연 3.36%(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활용)였다. 전산업(2.92%) 및 제조업(2.74%)보다 훨씬 높았다. 경기변동과 주택정책·제도변화 등 외부환경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설업 특성이 대출금리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는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 부동산 경기 하강이 지속되고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지속되면서 건설업 대출금리가 제조업에 견줘 훨씬 크게 올라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에 크게 위축됐던 건설업 회사채 발행(연간 1조9164억원)은 올해 들어 회복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6월15일까지 발행액(2조133억원)이 이미 지난해 발행액을 넘어섰다.
주식시장에서도 건설업종 지수가 2018년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자금조달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10년간 추이를 보면 코스피시장의 건설종목 시가총액은 2018년 5월에 최고점(29조4825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 2월(15조2350억원)에는 코로나 초기인 2020년 3월(14조6552억원) 부근까지 하락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건설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월말(2.27%) 이후 내리 하락해 지난 2월말에는 0.8%까지 대폭 쪼그라들었다. 코스피 전체 상장주식 유통물량에서 건설 상장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5.97%에서 지난해 말에는 2.63%로 줄었다.
특히 2015년~2022년 코스피 시장에서 건설종목 수익률(월별 수익률의 연평균)은 마이너스 0.14%다. 이 기간의 코스피시장 평균수익률(+0.28%), 코스피 제조업 평균수익률(+0.55%), 코스피 서비스업 평균수익률(+0.25%)에 견주면 유일한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지난 10년동안 노동생산성도 전산업에서는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건설산업은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건설산업의 부가가치(금액)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 지수(2015년=100 기준)는 2011년 104.1에서 2021년 94.5로 감소했다. 산업생산(산출량)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 지수도 이 기간에 106.9에서 98.6으로 감소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에 우리나라 비농업 전산업의 부가가치 기준 노동생산성은 98.8(2011년)에서 113.5(2021년)으로, 산업생산 기준 노동생산성도 104.5(2011년)에서 110.0(2021년)으로 증가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산업에서 2017년~2021년까지 생산량은 크게 축소된 반면 노동투입량은 그에 비례해 줄지 않았고, 코로나 기간에 건설부문에서 생산량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노동생산성 하락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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