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특별조사 안 받아요"…개별 새마을금고, 스스로 자산현황 공개
"연체 많은 100개 금고 아냐", "부실금고와 무관" 고객 안심 총력
정부도 건전성 강조하며 뱅크런 우려 진화 시도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경기 고양의 A새마을금고는 지난 5일 고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자신들의 자산건전성 현황을 알렸다.
A새마을금고는 "최근 새마을금고 언론보도와 관련해 우려하시는 부분에 대한 현황을 안내해 드린다"며 "A새마을금고는 전국 지역금고 1위 새마을금고로서 금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A새마을금고는 연체율 상위 100개 금고에 해당하지 않으며 금고가 취급한 모든 대출은 1순위 담보대출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연체율이 높고 부실이 우려되는 100개 새마을금고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 및 검사를 실시하자 자신들은 그 대상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고객 안심시키기에 나선 것이다.
이곳은 자산과 당기순이익, 지난해 배당율, 경영평가등급, 유동성비율,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연체율, 적립금 및 잉여금, 대손충당금 등의 수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체율 급등과 수신잔액 감소로 위기설에 휩싸인 새마을금고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특별점검·검사를 계기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이 나타나자 일부 개별 새마을금고들은 자신들의 경영현황을 적극 공개하며 100개 개별 금고와 무관하다고 알리고 나섰다.
정부는 특별점검·검사 대상이 된 100개 개별 금고의 명단을 밝히지 않았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뱅크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고객들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공시한 경영실태평가에서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은 금고들을 확인해 돈을 빼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최근 부동산 PF 부실로 인수·합병 절차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공개된 경기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에는 예적금을 해지하려는 고객들이 긴 대기줄을 형성하며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이처럼 일부 금고에서 뱅크런 사태가 현실화되고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자 부실과는 거리가 먼 개별 새마을금고에도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경기 수원의 B새마을금고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현재 보도되고 있는 이슈와 관련해 특별감사를 받은 부실새마을금고는 인근 우량금고와 합병 예정이며 회원께서 거래하는 B새마을금고는 이와 무관하다"며 "현재 기사화되고 있는 PF대출은 없으며 건실하게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곳 역시 자신들의 자산과 당기순이익, 출자배당율, 유동성비율, 적립금 및 잉여금, 대손충당금, BIS자기자본비율 등의 현황을 스스로 공개했다.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금융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자 정부도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까지 열어 부실 우려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새마을금고의 전체 자산 규모 등을 볼 때 연체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불안감을 달랬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다른 금융기관과 동일하게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되며 일부 금고의 인수합병이 이뤄지더라도 5000만원 초과 예적금을 포함한 고객 예적금은 원금과 이자 모두 100% 이전되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 77조3000억원, 중앙회 예탁금 48조7000억원, 현금 예치금 15조2000억원, 상환준비금 13조3000억원, 예금자보호준비금 2조6000억원 등의 건전성 현황도 공개했다.
특히 정부는 새마을금고에서 예적금을 빼간 고객의 재가입 유도를 위해 재예치시 비과세 혜택을 유지해 주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지난 2011년에도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예금을 뺀 고객이 다시 예치할 경우 비과세 혜택과 계약 당시 약정이율을 복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는데 이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여기에 새마을금고 감독부처인 행정안전부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이 총동원된 '범정부 대응단'까지 꾸려 필요시 정부 차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과 대규모 연체채권 매각을 지워키로 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금고 창설 60년 역사 이래 크고 작은 위기는 있었지만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새마을금고의 지급 여력은 충분하다"며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안전하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와 정부가 뒤늦게 자산건전성 현황을 적극 공개하기 시작한 것을 놓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뒷말이 나온다.
새마을금고는 그동안 다른 상호금융권과 달리 전체 연체율을 분기별이 아닌 연말에만 공개해 왔다. 그마나 1294개 개별 금고의 연체율을 반기마다 공시했을 뿐이다.
공개되는 통계의 디테일도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다른 금융사의 공시 디테일에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새마을금고의 소극적인 공시가 고객 불안감을 키운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다른 상호금융권과 달리 새마을금고만 신용사업의 감독권을 금융당국이 아닌 행안부가 갖고 있어 '깜깜이 공시' 같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 차관은 "현재는 지금 상황을 극복하고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금융당국으로의 감독권 이관에 선을 그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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