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오염수 방류, 넘을 산 여전히 많아…어민 우려·주변국 반발"
날 세우는 한국과 중국…기시다, 한국 직접 설득 나설 듯
(서울=뉴스1) 강민경 권진영 기자 =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한 가운데, 일본 매체들은 국내외적으로 여전히 장애물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IAEA 보고서가 나왔다고 해서 바닷물에 생계가 달린 어업인들의 우려가 불식됐다고 말하긴 어렵고, 한국이나 중국 등 이웃 국가들로부터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방출을 향한 장벽이 여전하다고 6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수중 트리튬(삼중수소) 농도를 국가 기준치의 40분의 1(1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 수준까지 떨어트린 다음 해저터널로 원전 앞 1㎞ 해역에 흘려보낸다는 계획이다.
IAEA는 이번 최종 보고서에서 이런 계획이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8월 중으로 오염수 방류를 개시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뿔난 어민들 "먼저 우리를 납득시켜야 할 것 아니냐"
어업인들은 이른바 '풍평 피해'를 우려한다. 풍평 피해란 근거 없는 소문으로 특정 지역의 생산품 소비나 관광 수입이 감소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후쿠시마현의 어민 단체인 어헙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30일 IAEA 총회에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특별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후쿠시마현 어협의 스즈키 데쓰지 전무는 IAEA의 최종 보고서를 언급해며 "상상한 범위 내지만 애당초 우리가 참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지금까지처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계속하는 것을 반대 의사 표시와 저항의 증거로 삼겠다"고 말했다.
같은 현 소마시의 어부 미하루 도모히로(64)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전에 우리를 납득시키는 게 먼저 아니냐"면서 "우리 의견을 들을 귀가 없는 거냐"고 일갈했다.
후쿠시마 지역신문인 후쿠시마민유(福島民友)는 관광 관계자들도 풍평 피해 발생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키시에서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스즈키 유키나가는 이 매체 인터뷰에서 "해수욕 기간에는 방류를 안 했으면 좋겠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적인 면만 있다"고 토로했다.
아이즈와카마쓰시의 히가시야마 온천 관광협회장 히라가 시게미는 "원전 사고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유언비어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며 "해양 방류가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유언비어로 인한 피해는 반드시 발생한다. 원전 사고 직후와 같은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만 화난 게 아니다
후쿠시마현뿐 아니라 인근 미야기현과 이바라키현, 그리고 해산물을 다량 수출하는 홋카이도 어업인들의 반발도 거세다.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은 지난 22일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특별결의를 4년 연속으로 채택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어민들의 반대가 지속된다면 기시다 정권에도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불만의 목소리를 의식한 일본 정부는 풍평 피해 대책으로 300억엔(약 2714억원), 오염수 방류 이후 어업 지원금으로 500억엔(약 4523억원) 등을 마련하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도 오염수 방류로 인한 풍평 피해에 대한 배상 기준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염수 방출이 완전히 끝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부 미하루는 마이니치에 "해양 방류가 시작돼 버리면 반영구적으로 계속되기 때문에 같은 고생도 끝없이 이어진다"며 "자식이나 손주들이 후쿠시마에서 고기잡이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날 세우는 한국과 중국…기시다, 한국 직접 설득 나설 듯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한국과 중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이니치는 한국·중국뿐 아니라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이해를 얻는 문턱도 낮지 않다고 지적했다.
각국의 시민사회 차원에서 오염수 방류를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IAEA의 종합 보고서와 관련해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시민사회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달 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바다와 수산물 오염이 우려된다고 답한 이들은 78%에 달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봄 총선을 겨냥해 오염수 방류 반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다음 주 직접 한국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또한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안보포럼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조율하고 있다.
반발이 더 강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4일 "IAEA 보고서가 (오염수) 해양 방류의 '통행증'이 될 수 없다"며 보고서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일본이 독단적으로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나선다면 모든 결과에 책임지게 될 것이라며 맞대응 조치까지 시사했다.
태평양 도서 국가 중에서도 팔라우는 오염수 방류에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태평양 도서 국가 18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제도포럼(PIF)은 이 문제를 놓고 의견 합치를 이루려면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한편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전날 후쿠시마 어민들을 찾아가 "마지막 한 방울의 오염수가 방류될 때까지 IAEA가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점검하고 확인하는 이 시점의 노력을 2063년까지 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는 7일 한국을 시작으로 뉴질랜드와 쿡아일랜드 등을 방문해 보고서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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