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공룡들의 방송 콘텐츠 대혈투 시작된다!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지난 2000년대 중반 한 대학교 강의에 나선 지상파 출신 대형 드라마 외주제작사 대표는 "PD가 되고 싶은 친구들은 이제부터 통신사에 입사하라"고 말했다. 여전히 지상파 TV의 위세가 강해 연출을 하고 싶으면 방송사 PD 공채시험을 봐야한다고 생각했던 당시의 학생들에게 그의 말은 의아한 이야기였다. 물론 그의 말이 금방 실제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2023년 여름, 그의 말은 진짜가 되어가고 있다.
2023년 상반기 방송가의 화두는 '통신 3사의 약진'이다. 과거 통신기업으로서 콘텐츠를 내보내는 방송과는 거리가 있다고 여겨져 왔던 기업들이 '미래의 먹을거리'를 위해 하나둘씩 콘텐츠에 매진하는 모양새다.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통해 통신사 서비스의 차별화를 꾀하고 기업 내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최근 그 발걸음이 가장 바쁜 것이 LG유플러스(U+)다. LG유플러스는 회사 안에 콘텐츠 IP(지식재산권) 업체 스튜디오 X+U(STUDIO X+U)를 지난해 론칭하고 사내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허브로 삼았다. 공격적인 외부영입도 있었다. 지난해 연말 인사개편을 통해 CJ ENM, 하이브 등을 거친 이상진 상무를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산하 콘텐츠사업담당으로 영입한 데 이어, 올 초에는 CJ ENM에서 음악 콘텐츠와 사업을 총괄한 경력이 있는 이덕재 전무를 CCO로 영입했다.
그리고 MBC에서 '나는 가수다' 등을 연출한 신정수PD, SBS에서 '런닝맨'을 연출했던 임형택PD를 영입했다. KBS2에서 '안녕하세요'를 연출한 양자영PD도 영입했다. 이들은 각각 스튜디오 X+U에서 신정수PD가 제작센터장을 맡았고, 임형택PD는 여행 예능 '집에 있을걸 그랬어', 양자영PD는 고민 상담 프로그램 '내편하자'를 론칭했다.
LG유플러스에서 집중하고 있는 것은 60분이 넘는 지상파의 콘텐츠 길이와 10분 남짓인 유튜브의 길이 중간 정도인 '미드폼(Mid-Form)' 25분에서 30분 남짓 길이의 콘텐츠다. 스튜디오 X+U는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에 이어 12회 분량의 하이틴 감성 공포, 스릴러물 '밤이 되었습니다'와 남지현, 최현욱, 김무열 등이 출연하는 '하이쿠키' 등 오리지널 드라마 라인업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업자 SK텔레콤과 KT는 일찌감치 콘텐츠 사업에 힘을 쏟아왔다. 2019년 지상파 3사가 운영하던 OTT '푹(POOQ)'과 자사 계열의 OTT '옥수수'를 통합한 '웨이브(Wavve)'를 론칭한 SK텔레콤은 빠른 성장으로 국내 토종 OTT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콘텐츠 역시 주로 지상파 작품의 재전송에 쏠려 있었지만, 2021년 자체 제작사 스튜디오 웨이브를 설립한 후에는 '트레이서', '약한영웅:클래스 1' 그리고 최근의 '박하경 여행기'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예능으로는 '피의 게임' 시리즈로 구독자들의 관심을 얻었다.
최근 미주지역 OTT 플랫폼인 '코코와'를 인수한 웨이브는 하반기에도 조진웅 주연의 '데드맨', 신혜선 주연의 '용감한 시민', 유승호 주연의 '거래' 등을 선보인다.
KT의 KT스튜디오 지니 잰걸음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ENA에서 방송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큰 성공을 맛본 KT스튜디오 지니는 올해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ENA를 통해 콘텐츠를 주로 내고 있는 KT 스튜디오 지니는 드라마 '행복배틀'과 '마당이 있는 집' 등 지금 방송 중인 작품을 포함해 전혜진, 최수영 주연의 '남남'과 나인우, 김지은, 권율, 배종옥, 이규한, 정상훈 등이 출연하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등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통신 3사의 주력사업에 있어 콘텐츠의 비중은 과거에는 미미했다.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일은 부가서비스의 일종으로 통신 3사의 주력은 뭐니뭐니해도 통화의 품질이나 빠른 네트워크 등 통신기술적인 부분에 쏠려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아진 지금의 시대에서 사업의 명운을 가를 핵심으로 '콘텐츠'가 급부상하고 있다. 통신사의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거꾸로 통신사에 접근하는 경우도 많아진 이유다. 결국 통신기술을 사업적으로 보완할 '소프트 파워'의 확충에 3사 모두 사활을 걸게 된 셈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도 지상파 방송사가 주도했던 콘텐츠 전쟁은 2010년대 이후 케이블채널, 이후 개국한 종합편성채널 등 주로 TV를 매개로 하는 '레거시 미디어'에 집중됐다. 그러나 유튜브를 선두로 한 뉴미디어가 빠르게 안착했고, 코로나19 체제로 인해 OTT 플랫폼도 급성장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방송을 하는' 매체보다는 '콘텐츠를 가진' IP기업으로 기울었다.
이 와중에 불안정한 시장의 상황은 콘텐츠 하나하나에 명운이 갈리는 기존의 사업자보다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대기업 쪽에 유리하게 흘렀다. 통신 3사는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공격적인 인재영입과 기획, 제작을 통해 방송 시장 판도를 흔들 주요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근미래의 콘텐츠 시장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를 위시한 글로벌 OTT 플랫폼과 스튜디오드래곤, SLL 등을 포함한 대형 스튜디오 그리고 기존의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통신사들을 얽힌 '대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싸움에 이길 '승리의 칼'은 콘텐츠 그리고 그 재미다. 이들이 벌일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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