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황제주’ 오르나

2023. 7. 6. 10: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포커스] 에코프로, ‘황제주’ 오르나

에코프로 캠퍼스. 사진=한국경제 DB


경신 또 경신이다.

2차전지 양극재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가 6월 5일 다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 등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믿음의 벨트와 고평가 논란

에코프로는 7월 5일 코스닥시장에서 6.43% 상승한 94만3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95만8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도 25조1099억원까지 늘어 코스닥 시총 1위인 자회사 에코프로비엠(27조5311억원)에 근접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날 2.55% 오른 28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에코프로 주가. 사진=네이버증권 캡처


에코프로는 단연 올해 주식시장의 스타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초 10만원대에서 4월 초 70만원대까지 급등했다. 2차전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 올렸다. 특히 전기차 수요 증가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불을 지폈다. 미국 IRA 세부법안에서 양극활물질이 핵심 광물로 포함되며 양극재 기업들의 지역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시각이다.
유튜브에선 유명 주식 유튜버들이 에코프로그룹주 매수를 권했으며, 증권 커뮤니티에서는 에코프로 관련 ‘밈(짤방 혹은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당시 한 누리꾼은 ‘2023년 국장 주식 알고리즘’이란 제목 하에 에코프로를 사지 않는 투자자와 에코프로를 산 투자자들을 둘로 갈라 성공여부를 나눴다. 해당 짤방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에코프로 랠리가 계속되자 이후 국내외 증권사들이 과열 경고 리포트를 잇달아 내놨다. 성장은 굳건하나, 주가는 과열됐다는 의견이었다.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에 대해 단기 과열됐다며 ‘매수’에서 ‘매도’로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에코프로비엠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조정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비엠의 미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나,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래 이익을 반영해서 당분간 이를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이거자산운용은 고객 레터를 통해 낮은 성과에 대해 사과하면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상승을 두고 “시장의 쏠림과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제도권과 비제도권 논쟁이 계속되는 동안 리스크도 터졌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법정 구속되는 CEO 리스크였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5월 11일 항소심에서 이동채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법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벌금 22억원을 선고했다.

에코프로 측은 즉각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을 다짐하는 등 CEO 리스크 지우기에 나섰다. 당시 에코프로는 입장문에서 “2022년 3월 이동채 전 대표이사가 에코프로 대표직에서 사임한 이후, 에코프로와 에코프로 가족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왔다”고 강조했다. 투자심리는 위축됐다. 7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5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첩첩산중’, ‘위기’, ‘주의보’와 같은 단어가 에코프로를 따라 다녔다.

하락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거품 우려보다 2차전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K-2차전지는 제2 반도체’라는 믿음을 가진 개인들이 에코프로 3형제를 사들였다. 에코프로 형제 인기는 2017년 바이오주 열풍을 능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코프로 밈.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주가가 지지부진할 땐 재료가 쏟아졌다. 최근에는 미국 테슬라 효과에 힘입어 52주 신고가를 썼다. 테슬라의 판매량 급증 소식에 에코프로를 비롯한 국내 2차전지 종목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이다.

7월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의 2분기 각국 인도 차량 대수가 46만6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3%나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44만5000대를 뛰어넘는 수치다. 테슬라의 차량 인도가 급증한 것은 최근 텍사스주 오스틴에 공장을 확장하면서 생산 능력을 키운 까닭으로 보인다. 아울러 공격적인 가격 인하도 수요 증가의 요인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업체들의 가치 평가에 벤치마크로 작용하는 테슬라의 최근 주가 강세 흐름이 K-배터리 업체들의 단기적인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또 8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한국 지수 구성 종목에 편입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5월에는 편입이 불발 됐지만, 8월에는 편입이 유력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지난 6월엔 MSCI 다음으로 추종하는 펀드 규모가 큰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에 편입됐다.

이 같은 호재에 힙입어 에코프로는 코스닥 시장에서 ‘황제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7월 7일 기준 94만3000원. 고지(100만원)가 얼마 남지 않았다.

주가 조정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은 비상이 걸렸다. 공매도는 현재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미래 가격으로 다시 주식을 사서 이를 되갚는(쇼트커버링) 거래방식이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 시 손실이 발생해 추가손실을 예방하기 위해서 주식을 다시 사들인다. 이러한 급격한 주식의 구입은 주식 가격을 더욱 상승시켜 주가가 폭등하게 되는 현상이 쇼트스퀴즈다.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2520억원에 달한다. 주요 공매도 주체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에코프로 주가가 20% 급등한 지난 3일 에코프로를 무려 324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대부분 공매도 투자자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 되갚는 쇼트커버링 물량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의심하지 않지만, 지금 가격에는 거품이 끼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에코프로의 목표주가는 현재 주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2만5000원이다. 하지만 투심이 이를 역행하면서 쇼트스퀴즈 기대감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경우 공매도 투자자는 대규모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