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적 모르쇠하는 부처들…‘R&D 미흡 10% 이상’ 권고 불이행

과학기술혁신본부 “부적절 여부 평가해 최대한 변별력 확보”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조성경 과기부 1차관 역할 주목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상징물. 과기부 페이스북 캡처

국가 연구개발(R&D)사업 전반을 관할·평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R&D 사업 중간평가 시 ‘미흡’ 등급을 10% 이상 채우라고 각 부처에 권고했지만, 대부분 정부 부처가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나눠먹기식 R&D 사업’의 폐해를 거듭 지적하고 있지만, 공직 사회의 무사안일한 관행이 여전히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따르면, 혁신본부는 R&D 중간평가가 변별력을 갖도록 평가 3단계 중 최하점인 ‘미흡’ 등급을 비중을 10% 이상으로 하라는 권고를 각 부처에 전달했다. 중간평가는 통상 3년 평가 주기가 도래한 R&D 사업에 대해 소관 부처가 중간 추진과정과 성과 등을 자체 평가해 우수·보통·미흡 등급을 매기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후 혁신본부가 평가 적절성을 심사하는 상위 평가를 진행한다.

하지만 지난달 혁신본부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합산치는 미흡이 5개로 전체의 2.9%에 불과했다. ‘우수’ 등급은 45개, ‘보통’이 116개로 둘을 합하면 전체의 92.5%에 달했다. 이에 따라 혁신본부는 사업 점수와 등급을 인정하지 않는 부적절 평가를 8개 내려 우수와 보통을 제외한 비율을 10% 가까이 맞추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혁신본부 측은 "상위평가에서는 평가가 적절한 과정을 거쳤는지만 볼 수 있는 만큼 우수와 보통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어려웠고, 대신 부적절 여부를 평가해 최대한 변별력을 확보하려 했다"고 말했다.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연합뉴스

이에 따라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 출신으로 3일 취임한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의 역할이 주목된다. 조 차관은 4일 과기정통부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R&D 예산 분배 재검토 지시에 대해 "과학기술 예산을 깎으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제대로 쓰게 잘 배분하라는 의미"라며 "아직 구체적 논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장관님이 많은 생각을 갖고 계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R&D 예산 개편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