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유럽 하반기 경기 부진”…한국 경제 반등 성공할까
유로존 2분기 연속 역성장
느리게 회복 중인 中 경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지난달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그간 부진했던 수출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의 경기가 올해 하반기까지 느리게 회복하거나 최악의 경우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어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美 1분기 ‘깜짝’ 성장에도 시장은 “연말 경기 침체 진입”
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미국이 오는 4분기쯤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1년 이상 누적된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소비를 제약하면서 하반기 성장세도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 미국 경제는 기대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2.0%로, 앞서 발표된 잠정치(1.3%)보다 0.7%포인트나 높았다. 소비와 수출, 고용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영향이다.
그러나 월가 투자은행(IB)들은 1분기 견고한 성장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76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 중간값은 1.2%였다.
보고서는 세계은행, 영국 옥스퍼드경제연구소 등 주요 기관의 전망을 인용해 “하반기 미국 경제는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미국 성장률이 0.7%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이르면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투자은행 HSBC는 “미 경제는 오는 4분기 경기 침체에 진입해 1년 동안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도 4분기 미 성장률이 -0.8%로 마이너스 전환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2개 분기 연속 역성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 中 리오프닝에도 경기 회복 기대 못 미쳐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경우 이미 기술적 경기 침체에 들어갔다. 유로존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0.1%를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유로존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6월 함부르크 상업은행(HCOB) 제조업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3.4로, 2020년 5월 이후 3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월 대비 하락폭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HCOB는 “유로존 수요가 2분기 말 급감하면서 제조업 생산 둔화 흐름이 심화됐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제조업 업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CB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성장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중국 경제도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차이신 제조업 PMI는 지난달 50.5로 전월(50.9)보다 하락했다. 중국 650개 민간·중소 제조 기업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이 지수는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제조업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까지는 조금 더 우세하지만, 지표가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어 조만간 ‘비관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이신 싱크탱크의 왕저 선임 연구원은 “6월 지표는 중국 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는 “성장 동력이 부족하고 수요는 약하며, 고용 시장은 어려워지는 데다 디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며 낙관론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대에서 5.4~5.6%대로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이 붙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태풍에 휩싸일 가능성은 몇 달 전보다 낮아졌지만,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경제 열대 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 “하반기 세계 경기 안 좋은데 한국만 나홀로 반등 어려울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요국의 성장 동력 약화가 하반기 우리나라 경기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수출이 상반기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경기가 연말로 갈수록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와 시장 관계자들은 반등의 강도가 미미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이는 수출이 상반기보다 좋아지겠지만,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만큼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한 것에 대해서도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서 생긴 ‘불황형 흑자’인 만큼 수출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다은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수출 부진의 주된 요인이었던 대중(對中)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2분기 저점을 통과한 모습”이라며 “이후 두 요인의 개선 강도에 따라 한국 수출이 V자형 회복세를 보일지 L자형 회복세를 보일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는 국면이라 한국 수출이 V자형 회복세를 나타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중 한명은 “세계 경제는 통화긴축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하반기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만 ‘나홀로’ 반등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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