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팔수록 ESG 뒤처진다”…제약⋅바이오, 온실가스 골머리

김양혁 기자 2023. 7. 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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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셀트리온, 전년 대비 온실가스 늘어
대웅제약·한미약품·동아제약 등 제약사도 온실가스 고민
“생산량 늘면 배출량도 늘어...뾰족한 수 없어”
노보 노디스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 감축 본격화
전문가 “정부, 강력한 온실가스 규제 도입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매출이 늘면 늘수록 늘어나는 온실가스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의약품은 화학물질을 결합해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발 빠르게 세계 규제에 대응하고 있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굼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후·에너지 위기 대응’을 명시하고 있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6일 조선비즈가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ESG 보고서를 발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동아쏘시오홀딩스,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총 6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이 지난해 배출한 온실가스는 지난 2021년과 비교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배출한 온실가스는 총 17만 80톤으로 전년(13만8817톤)과 비교해 22.52% 증가했다. 직접배출이 5만5711톤으로 전년(4만5668톤)보다 21.99% 늘었고, 간접배출이 11만4370톤으로, 9만2051톤보다 24.25% 증가했다. 셀트리온도 지난해 배출한 온실가스가 5만6518톤으로, 전년(5만4615톤)보다 3.48% 늘었다.

대웅제약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3만4579톤으로, 전년(3만2183톤)보다 7.44% 늘었다. 회사는 올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3만2835톤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한미약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만 118톤으로, 전년(5만9541톤)보다 1%가량 늘었다. 종근당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1만7349톤으로, 전년(1만6511톤)과 비교해 5.07% 증가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총 13개 계열사를 포함해 지난해 15만6740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4만236톤)보다 11.77% 증가한 것이다. 개별 기업만 보면 동아에스티(2만3184톤), 동아제약(1만5542톤), 에스티팜(2만1801톤)과 같은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 3곳이 배출한 온실가스 전체에서 38.62%(6만 527톤)를 차지한다. 이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세는 적게는 6%대에서 많게는 30%에 육박했다.

인천 송도 셀트리온 공장 정제실에서 직원이 바이오 의약품의 순도(純度)를 측정하고 있다. /셀트리온

이들 기업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일감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직접 배출은 공정 과정에서, 간접 배출은 전력 사용량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의약품을 생산하는 과정이 화학물질을 결합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직접 배출이 주로 발생한다. 매출이 늘수록 온실가스 배출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은 3조5012억원으로, 전년(3조 13억 원)보다 16.66% 늘었고,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보다 12.61% 증가한 2조5721억원이다. 지난해 오미크론 대유행을 타고 국내 전통 제약사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매출은 1조3315억원, 종근당은 1조488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조2801억원으로, 전년보다 11.02% 증가했다. 동아에스티, 동아제약, 에스티팜은 전년과 비교해 적게는 7% 이상 최대 50% 넘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줄었다는 것은 사실상 경영 실적 감소를 의미한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업종의 탄소중립 지원방안 마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몇 년 전부터 온실가스 줄이기에 나섰고, 이제는 실적을 내고 있다. 비만치료제 ‘삭센다’를 생산하는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020년 전 세계 제약사 가운데 최초로 100%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했다. 이 회사는 운송 분야에서 탄소 배출 ‘제로(0)’를 목표로 연료 생산기업 스카이엔알지(SkyNRG)와 신규 항공연료(SAF) 제조시설을 건축에 나선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오는 2030년까지 2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을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2025년 탄소중립, 2030년 온실가스 제로 달성을 위한 ‘엠비션 제로 카본’ 정책의 일환이다.

김동수 법무법인 김앤장 ESG 경영연구소장은 “이미 해외 대형 제약사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본격화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온실가스 대응 역량 차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병환 대전대 대학원 융합컨설팅학과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뒷받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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