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하수관로 설치하려다…철솥에 담아 숨겼던 불교 유물 찾았다

김가연 기자 2023. 7. 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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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사정동에 있는 사적 '경주 흥륜사지' 서쪽 부근에서 철 솥을 포함한 청동 공양구 54점이 출토됐다. 사진은 철제 솥 내부의 모습./연합뉴스

신라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절로 알려진 경북 경주 흥륜사 터 부근에서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불교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주시와 춘추문화재연구원이 지난달 경주시 사정동에서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위한 발굴 조사를 하던 도중 통일신라~고려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와 담장지, 우물 등을 발견했다.

일대에서는 통일신라~고려시대의 기와, 토기 조각 등이 발견됐다. 지름 약 65㎝, 높이 약 62㎝ 크기의 철솥도 땅에 묻힌 채 발견됐다. 철솥 안에는 동 향로, 촛대, 금강저(승려들이 불도를 닦을 때 쓰는 방망이) 등 고려시대 불교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담겨 있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발견된 유물이 화재나 사고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한곳에 모아 묻어둔 퇴장(退藏)유물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유물은 모두 54점이다. 문화재청은 “일부 유물은 부식되어 철솥 바닥부분에 붙어있는 상태”라며 “보존처리 과정에서 더 많은 유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발굴 조사에서는 ‘영묘사’(靈廟寺)라고 적힌 기와 조각 등도 확인됐다. 현재 흥륜사는 사적 ‘경주 흥륜사지(興輪寺址)’로 지정돼 있지만, 인근에서 ‘영묘지사(靈廟之寺)’라고 적힌 기와가 수차례 발견돼 학계에서는 영묘사 터였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영묘사는 선덕여왕 때 창건한 사찰로, 조선시대 초에 폐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물은 면밀한 분석을 위해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이관됐다. 연구소는 과학적 보존처리와 심화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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