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더 높아진 '롤렉스'…일부 공식 매장서 '리셀 금지'까지

주동일 기자 2023. 7. 6. 10: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개월 찬 롤렉스 되팔았더니 매장서 구매 거절"
대구·부산 매장 "구매시 '재판매 안한다' 동의 받아"
한 롤렉스 매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주동일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의 국내 일부 공식 매장에서 '리셀(재판매) 금지' 정책까지 펼치면서,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부산과 대구에 위치한 롤렉스 공식 매장은 시계 구매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구매한 시계를 팔지 않겠다'는 동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명품 업계에선 매장에서 구매한 제품에 웃돈을 얹어 중고 시장에 되파는 '리셀러'를 방지하려는 취지는 있을 수 있지만, '판매 가능 기간' 등을 따로 정하지 않는 점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와 부산에 위치한 롤렉스 공식 매장은 자신들로부터 구매한 시계를 재판매한 이력이 있는 소비자에게 시계 판매를 거부하고 있다. 두 매장은 모두 롤렉스 홈페이지에 '공식 매장'으로 등록됐다.

대구에 위치한 롤렉스 매장은 "롤렉스 시계를 구매한 뒤 판매한 경험이 있으면 시계를 살 수 없냐"는 질문에 "고객이 시계를 구매할 때 (해당 시계를) 재판매하면 차후 구매가 제한될 수 있다는 동의를 받고 있다"며 "우리 매장에서 구매한 시계가 (팔린 게) 아니면 일단은(괜찮다)"고 답했다.

이어 "시계를 판매할 때 신분증을 조회하고 동의를 받아 전화번호 등을 저장한다"며 "(구매 제한 기간이 있냐는 질문엔) 확답을 드리기 어렵고, 기간은 따로 안내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부산에 위치한 롤렉스 매장에선 같은 질문에 "저희 매장에서 구매한 제품이 (판매된 게) 아니면 문제없다"고 짧게 답했다. 다른 롤렉스 공식 매장에서 구매한 시계라면 판매한 이력이 있어도 자신들의 매장에서선 새 시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매장은 수입사 '명보시계'와 '명보사'가 각각 운영한다. 이름은 다르지만 대표는 동일하다. 지난달 시계 구매를 위해 줄을 기다리던 손님에게 "특정 장소에서 매장을 쳐다보지 말라"고 말해 논란이 된 롤렉스 매장 역시 명보 계열이다.

시계 커뮤니티엔 해당 부산 롤렉스 매장에서 구매한 시계를 1년 가까이 사용한 뒤 판매했다가 대구 매장에서 구매를 거부당했다는 경험담까지 올라왔다.

자신들의 매장에서 시계를 판 게 아니면 문제가 없다는 설명과 달리, 실제론 대구와 부산 매장이 서로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11개월 찬 시계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매장에서) 시계 구매가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롤렉스보단 다른 시계에 집중해봐야겠다"고 밝혔다.

게시글에 따르면 매장 측은 작성자에게 "(기간에 상관없이 시계를) 판매하는 거 자체가 안된다"며 "명보사에선 어떠한 이유라도 (시계를) 판매한 분은 구매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 롤렉스 매장들은 중고시장에 올라온 롤렉스 매물을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매장에서 판매한 시계가 중고시장에 팔렸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글 작성자는 "중고 매장을 확인하고, 줄을 줄이러 온 사람들이 있으면 확인해서 '블랙(리스트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중고 시계를) 매입하는 곳에서 산 사람이 신고해도 블랙이 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롤렉스 매장에서 구매한 시계에 웃돈을 얹어 중고 시장에 파는 '리셀러'를 막으려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가 구매한 시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시계 업계 관계자는 "2017년부터 시작된 리셀 트렌드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퍼지면서 신혼부부를 비롯해 순수한 의도로 시계를 구매하려는 이들이 정작 못 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리셀을 막으려는 시도 자체엔 찬성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시계가 마음에 안들거나 다른 롤렉스 시계를 구매하려고 정리하는 무고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어 다른 리셀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매장에서 산 시계가 중고 시장에서 웃돈이 붙어 팔리는 건 롤렉스가 물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두고 모든 소비자를 리셀러 취급하는 건 소비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롤렉스 매장마다 수입사가 달라 본사에서 통제를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롤렉스 매장은 채널마다 유통하는 기업이 다르다. 현재 롤렉스 본사의 국내 법인 '한국로렉스'가 선정한 9개 유통사가 각자 다른 채널에 시계를 유통하고 있다.

지역별로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나우워치' ▲부산본점은 '홍보시계'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그리니치'▲타임스퀘어는 '카이로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우노와치'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동화시계'가 맡는 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