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때리면 나도 때린다”...수렁으로 빠지는 미중 관계, 반도체는 운다 [월가월부]

김인오 특파원(mery@mk.co.kr) 2023. 7. 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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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미국 주요지수 동반 하락
中, 갈륨·게르마늄 수출 규제
미국 첨단 반도체 생산 의식
양국 갈등으로 반도체 부진
6월 연준 회의록 내용 ‘입장차’
미국 국채 수익률·달러 가치↑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사진 출처=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미국 독립기념일 다음 날인 5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기준) 뉴욕증시는 강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장 중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지난 달 회의록을 공개한 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은 오는 7일 노동부가 개장 전 발표할 ‘5월 고용 보고서’를 기다리며 매수에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회의록에서 일부 연준 위원들이 일자리 시장 열기가 인플레이션 둔화를 늦춘다고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5일 미국 주요 주가지수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각각 직전 거래일보다 0.20%, 0.37% 떨어졌습니다. S&P 500 지수 11개 부문은 부동산·커뮤니케이션·유틸리티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약세로 마감했습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와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각각 0.18%, 2.20% 떨어졌습니다.
5일 메타 주가. 메타는 이번 주 트위터에 대적할 새로운 사회연결망(SNS) 플랫폼 스레드를 출시하기로 하면서 매수세를 잡아끌었습니다.
오후 장 중 공개된 연준 회의록을 보면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당시 위원들은 만장 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논의 과정에서는 이견이 있었습니다. 다수 참가자들은 그간 긴축 통화 정책 외부 시차를 감안해 정책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긴축 속도를 추가 완화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일부는 인플레 둔화 신호가 약하며 일자리 시장이 매우 강력하다는 점을 들어 0.25%포인트(p) 인상을 주장했습니다. 연준은 앞서 3월에는 올해 최종 기준금리 수준(중간값)을 5.1%로 제시했지만 지난 달에는 5.6%로 높여 잡은 바 있습니다.
5일 증시 마감 후 집계 기준 연방기금금리(미국판 기준금리) 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7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후 9월에는 동결, 11월에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출처=CME
경제 침체 리스크와 관련해 연준은 미국 경제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경제 리스크와 관련해 가장 문제되는 변수로는 인플레가 꼽혔지만, 일부 위원들은 올해 초 지역 은행 위기로 인해 은행 부문 건전성 우려가 생겼고 은행들이 대출 등 신용 여건을 조일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5일 나스닥빅테크 주가
한편 이날 업종 흐름을 보면 반도체 약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일례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대만 TSMC (TSM ) 주가는 이날 2.09% 하락해 1주당 100.0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앞서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핵심광물 수출을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품목을 수출하려는 중국 업체는 다음 달 1일부터 수출 신청서를 상무부에 제출하고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2018~2021년 미국이 쓴 갈륨의 53%가 중국산이었습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첨단 반도체와 통신 장비,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패널,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핵심 금속인데요. 전 세계 갈륨과 게르마늄 생산 중 중국 비중이 각각 94%, 83% 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대외적으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수출 통제에 나선 데 대한 보복 차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조치는 지난 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장관의 중국 방문과 이달 6~9일 재닛 옐런 재무 장관의 중국 방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만 중국 측이 옐런 장관 방문 과정에서 얼마나 성과를 얻을 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앞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앞으로 몇 주 안에 중국 기업들이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접근해 기술을 빼가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같은 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상하이협력기구 화상 연설을 통해 “각 국은 글로벌 공급망 분리 움직임을 자제해야 하며 우리는 협력을 원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협력을 강조하는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은 중국이 갈륨 등 수출 제한 조치를 낸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왔습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미·중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경제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자 정책 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 부양에 나선 상태입니다.

만기 20년 이상인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TLT 5일 시세
한편 5일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만기가 긴 국채 가격이 떨어진 결과 수익률이 올라섰습니다. 이날 미국 재무부 집계를 보면 대표적인 단기물인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직전 거래일과 같은 5.44%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직전 거래일과 같은 4.94%에 마감했습니다.

‘시중 장기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9bp(=0.09%p) 오른 3.95% 를 기록했고 만기가 가장 긴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8bp 오른 3.95% 에 마감했습니다. 국채를 비롯한 채권은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식으로 가격과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입니다.

같은 날 뉴욕 외환 시장에서는 미국 달러가 강세로 거래됐습니다. 6대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오후 5시25분 기준 0.29% 오른 103.34 를 기록했습니다.

상품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약 3% 반등했습니다. 5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물은 직전 거래일보다 2.87% 올라 1배럴 당 71.79 달러, 북해 브렌트유 9월물은 2.68% 오른 76.65 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편 미국 헨리허브천연가스 8월물은 1.92 % 하락해 1영국 열단위(MMbtu) 당 2.657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금 8월물은 0.12 % 떨어져 1트로이온스 당 1927.1 달러에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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