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이상훈 KBL 마케팅팀 대리가 꾸는 꿈, “KBL 팬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리그를 만드는 것”
프로 스포츠 리그의 가치가 높아지려면, 팬들의 소속감과 충성심이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리그 관계자는 팬들의 니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상훈 KBL 마케팅팀 대리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꿈은 꽤 구체적이었다. 그가 이야기한 꿈은 이랬다. “KBL 팬들이 자랑스러워하는 KBL을 만들고 싶다”였다.
너무나 꿈꿔온 일
한국 농구의 터닝 포인트는 여러 번 있었다. 그 중에서도 1997년은 굵직한 터닝 포인트 중 하나다. KBL, 즉 한국프로농구가 처음 시작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프로농구가 시작된 후, 농구에 열정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KBL의 문을 두드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를 현장에서 접하기에, KBL은 많은 농구인들에게 매력적인 곳이었다.
이상훈 대리도 KBL에 문을 두드렸다. 경쟁률이 꽤 높았지만, 이상훈 대리는 입사를 위해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이상훈 대리의 노력은 ‘합격’이라는 결실로 다가왔다. 이상훈 대리의 KBL 첫 출근은 그렇게 이뤄졌다.
KBL은 어떻게 지원하셨나요?
고등학교 입학 후 농구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프로농구를 챙겨보기 시작했죠. 비록 제가 사는 곳에 프로농구단이 없었지만, 친구들과 종종 기차표를 끊어 프로농구를 직관하곤 했어요.
그때부터 프로농구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아요. 대학 전공도 스포츠 관련 학과로 선택했고, 마침 KBL에 좋은 인턴십 기회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KBL에 지원했어요.
경쟁률이 치열했다고 들었습니다. 면접 때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셨나요?
너무 꿈꿔왔던 일이라, 면접은 저에게 떨리고 흥분되는 자리였습니다. 그렇지만 최대한 냉정하고 차분하게 임하려고 했습니다. 면접관 분들에게 신뢰감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KBL이 당시 초대 프로-아마 최강전 개최를 앞둬서, 저는 대학 유망 선수를 스타 선수로 만들 수 있는 미디어 전략을 어필했습니다. 면접 종료 후 당시 인사팀장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아,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심장이 요동치더라고요.(웃음)
첫 출근이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때만 해도, 20대 초반이라 비교적 앳된 얼굴이었습니다. 어울리지도 않는 정장을 입고, 회의실에 앉아있었죠.(웃음) 또, 오전 내내 선배들한테 인사를 드렸습니다.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나서야,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KBL센터는 농구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이더라고요. 특히, 복도에 걸려있는 역대 수상자 리스트에서 양동근 선수(현 울산 현대모비스 코치)의 신인상 수상 이력을 봤어요. ‘아, 내가 이 시즌부터 농구를 보기 시작했었지!’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자신의 롤 모델이 양동근 코치였다는 고백도 했다)
(사진 = 손동환 기자)
“살아남고 싶었습니다”
처음 사회 생활을 하는 이들은 그럴 듯한 이상을 꿈꾼다. 그렇지만 현실이라는 장애물이 사회 생활하는 이들의 이상을 하나씩 없앤다. 현실이라는 벽과 마주한 직장인들은 자신의 이상을 조금씩 내려놓는다.
이상훈 대리도 마찬가지였다. 생각지 못했던 요소들 때문에, 목표로 했던 것들을 해내지 못했다. 다양한 부서에 있었지만, 부서별로 존재하는 특성들이 이상훈 대리를 지치게 했다.
입사했을 때의 목표는 어떤 거였나요?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살아남자!’였습니다.(웃음) 인턴십으로 입사했기 때문에, 저를 반드시 증명하고 싶었거든요. 정규직 전환 또한 해내고 싶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사 초기에는 실수를 많이 합니다. 그때 생긴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KBL에 전자결재 기능이 없었습니다. 중요한 서류를 수기로 관리하고 있었죠. 그런데 제가 정말 중요한 서류를 파쇄기에 넣어버렸어요.(웃음)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선배님께서 제 실수를 덮어써주셨어요. (왜 그랬을까요?) 아마 귀신에 홀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네이버의 경쟁사를 후원사로 유치했었는데, 네이버 경쟁사의 바닥 광고가 네이버 온라인 중계에 계속 노출됐어요. 미디어 생태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실적을 채우려고 했습니다.
그런 의욕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사태를 수습해주신 선배께서 “원래 너 연차 때는 도전도 해보고, 사고도 계속 쳐야 돼. 너무 잘 하고 있어”라고 격려해주셨어요.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열정과 의욕이 너무 컸기에, 오히려 실수투성이였다고 생각해요.(웃음)
모든 직장이 그렇듯, 현실과 이상은 다릅니다. 대리님도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것 같아요.
부딪히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왜 이런 벽이 생겼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됐습니다. 또, 구조에 속한 개인이 전체의 문제를 어떻게 할 순 없을 뿐만 아니라, 월급 받고 일하는 직원이 남 탓이나 환경 탓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슬럼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역할과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진 = KBL 제공)
야심찬 사업
KBL 관계자는 “KBL은 최근 10개 구단 마케팅 관련 통합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맹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이다. 이상훈 대리가 해당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대리가 연맹에서 얼마나 신뢰받는지 알 수 있는 대목.
KBL 통합플랫폼 사업은 마케팅 사업의 일환이다. KBL과 KBL 소속 10개 구단의 마케팅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즉, 한국프로농구의 전반적인 마케팅 현황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업. 그렇기 때문에, 이상훈 대리는 해당 사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KBL이 통합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리님께서 주도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고요.
네, 맞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통합플랫폼 사업은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지원과 도움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한국프로스포츠협회와 많은 의견을 공유하고 있고, 건강한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요?
저희가 지칭하는 통합플랫폼은 크게 앞과 뒤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팬) 입장에서 사용하는 Web/App 서비스 영역이 앞이라면, 사용자(관계자) 입장에서의 관리 및 활용 통합 데이터베이스와 각종 CRM 솔루션 영역을 뒤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앞’이라고 정의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용자가 KBL을 소비할 때,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모두 모아두는 일이에요. 그리고 ‘뒤’라고 정의한 내용은 관계자의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KBL을 이용하는 고객께서 KBL에서 이탈하지 않게 한 후, 고객의 재구매 혹은 로열티를 강화합니다. 그런 쪽에 여러 솔루션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통합플랫폼 사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어떤 걸까요?
KBL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돼야 합니다. 단순히 감에 의존하거나 예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로 현황을 진단한 뒤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기 전, 한 시즌에 한 번만 경기장을 방문한 회원의 비율이 무려 81%였습니다. 2회 이상 재구매자 비율이 19%에 불과했습니다. 재구매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를 KBL의 큰 약점이라고 봤습니다. 환경의 변화에 맞춰 고객의 재구매를 지속적으로 유도했고(디지털 환경에 맞는 변화라고 덧붙였다), 재구매자 비율을 45% 수준까지 올렸습니다. 통합플랫폼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목표 설정 자체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통합플랫폼 사업이 대리님한테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통합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후, 해외 선진 리그의 IT 및 미디어 환경을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정말 멀다고 느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플랫폼 사업을 통해 점점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되는 실적 지표들을 확인했습니다.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도 얻었죠.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사업은 저에게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웃음)
(사진 = 손동환 기자)
팬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리그
이상훈 대리는 인턴십을 포함해 10년 넘게 KBL에 있었다. KBL 사원 중에서는 중고참. 대리로서 팀장 이상급의 운영진과 대리 이하급 사원들의 교량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상훈 대리 또한 ‘초심’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뷰의 마지막을 다짐으로 끝냈다. 그의 다짐은 꽤 구체적이었다. “팬들께서 자랑스러워하는 리그를 만드는 것”이 이상훈 대리의 다짐이었다.
KBL에 있는 10년 동안 어떤 것들을 얻으셨나요?
10년이라는 시간에 걸맞은 만큼의 성장을 이뤄낸 것 같아요.(웃음) 성장을 위한 도끼는 충분히 갈았으니, 이제는 나무를 벨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결과물을 얻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아요.
KBL에서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조금은 추상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웃음) 프로농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한테 KBL 팬임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리그로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는 차원이 아니라, KBL이 기존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독보적으로 멋있는 리그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농구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2022~2023시즌 KBL 시상식 무대에 ‘FAN AWARDS’라는 항목을 신설했습니다. 우수 팬을 시상하는 항목이었죠. 당시 MVP에 선정되셨던 정현경 씨께서 선수들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선수 분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또, 팬들의 응원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항상 해주세요. 그래서 제가 농구장과 농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다치지 말고, 오래오래 농구 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팬들은 더 신나고 치열하게 응원하겠습니다”
저도 팬 여러분들과 똑같은 마음입니다. KBL에 애정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덕분에 저도 제 직장을 점점 더 좋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도 농구장을 즐겁게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KBL이 더 멋진 리그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저 또한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 손동환, KBL 제공,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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