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대서 만취객 부축해주는 척 돈 뺏은 30대 남성 구속

강남·서초·송파 유흥가 일대서 1년간 5500만원 갈취
범행 사실 기억 못하는 피해자 찾아 협박, 추가 갈취도

서울 서초구 일대 유흥가에서 피의자 A씨(왼쪽)이 만취객을 부축하는 척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고 있다(강남경찰서 제공)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만취한 취객을 부축해주는 척하며 스마트폰에 강제로 지문을 인식시키는 방식으로 돈을 빼앗아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도·절도·공갈·컴퓨터사용사기 등의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 수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강남·서초·송파구 소재 유흥가 일대에서 취객을 상대로 11회에 걸쳐 5500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B씨와 같은 만취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취객을 부축해 폐쇄회로(CC) TV 사각지대로 이동한 후, 강제로 피해자의 휴대폰에 지문을 인식시켜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는 식이다.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이체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2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취한 남성 B씨를 폭행 후, 강제로 B씨의 손가락을 스마트폰에 인식시켰다. 이어 B씨 명의의 모바일뱅킹을 실행, 10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그는 또 피해자들이 범행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범행 이후 피해자들을 찾아가 "당신이 임신한 나의 아내를 쳐서 넘어뜨렸다" "내 차에 구토한 것은 기억이 나느냐" "고소하겠다"는 등 허위 사실로 협박해 추가로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그간 경찰은 다수의 유사 피해 사례를 접수, 범행 모습이 확인되는 CCTV 영상 확보에 주력해 왔다. 최근 피의자를 A씨로 특정하고, 지난달 30일 강남구 선릉역 인근 노상에서 검거했다. 지난 3일엔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현재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여죄를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취한 취객 상대로 한 범행이 이어질 가능성을 감안해 야간 순찰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건전한 음주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