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킬러문항 몇 개 없애는 것보다 미래사회 역량 길러줘야"

유효송 기자 2023. 7.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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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성동고등학교에서 서울형 독서·토론을 통한 창의융합형 미래인재 육성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제3기 취임 1주년을 맞아 '3단계 교육혁명'을 통해 혁신미래교육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교권 보호를 위해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공교육 질을 높이기 위해 영어 교육과 생태전환·인공지능(AI) 교육 등으로 공존의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게 큰 골자다.

조 교육감은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의 중요한 목표는 대학 입시와 문제 풀이 능력 향상이 아니라 기후 위기와 저출생, 인공지능 시대와 같은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내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과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며 "대통령의 이른바 '킬러(초고난도)문항' 배제 발언에 입시를 준비하는 우리 학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지금 중요한 것은 킬러문항 몇 개를 없애는 것, 단순히 문제 풀이 능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미래 사회를 살아갈 힘을 키우는 것"이라며 "학교는 학생의 온전한 성장을 지원하고 기후 위기와 저출생 인공지능 시대를 건너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특히 △AI 기술의 발전 △국가적 저출생 문제 △기후 위기 △사회.경제적 양극화 등 새로운 도전과제에 대한 교육혁명의 요구에 대응하는 '3단계 교육혁명'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그간의 혁신교육을 향한 비판을 수용하고 보완하는 '보완적 혁신'을 함께 추진한다. 교육혁명 과제로는 교육 국제화, 토론수업 강화, 생태전환교육 등 크게 5가지를 제시했다. 교육 국제화를 위해 학생들의 영어 학습을 위한 AI 기반 영어학습시스템 개발·활용 논의를 이어간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학교 여건을 고려해 1명씩 추가 배치하는 것부터 시작해 학교 영어 학습 환경을 개선한다. 특별학급과 이중언어교실, AI·디지털 콘텐츠 등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의 이중언어 역량을 강화한다.

토론 수업을 강화하고 아날로그형 페다고지(교육학)를 새로운 과제에 맞춰 전환한다. 학생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수업을 위해 초등은 '생각을 키우는 교실', 중·고등 '생각을 쓰는 교실'을 통해 학생들의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실 수업 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한다. 국제 바칼로레아(IB) 탐색학교 운영(31개교)을 통해서 미래형 학교교육체제와 수업·평가시스템인 한국형 바칼로레아(KB) 기반을 마련하겠단 구상도 밝혔다. 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 서울형 리터러시 진단도구 개발 AI 윤리교육 확립을 지원한다.

대표 사업인 '생태전환교육'도 이어간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학교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하고, 교육과정 연계 범교과 생태전환교육을 활성화한다. 오는 9월에는 전남, 전북에 이어 강원도까지 '농촌 유학'을 확대하여 학생들의 생태감수성 함양 기회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래행정체제로 재편을 꾀한다. 2030년에는 2012년 대비 초등학생 인구가 약 50%까지 감소하는 등 학령인구 감소에 대히배 도시형 분교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사무실, 주거용 건물과의 연계, 미니학교, 캠퍼스 공유형 통합학교 등 새로운 학교 모델이다. 도시의 체육 공간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가 지역사회·시민과의 공존의 공간으로 공유·활용될 수 있도록, 자치구와 협력해 스쿨매니저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한다. 오는 8월까지는 학생·학부모용 진로·진학 상담프로그램 쎈(Sen)진학 모바일앱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낮추고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새로운 계획과 더불어 기존의 혁신교육을 보완하는 과제로는 교권 강화와 기초학력 등을 내세웠다. 교권 강화를 위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가 고통받지 않도록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률 개정 요청과 함께 정당한 생활지도 행위 기준에 대한 의견을 교육부에 적극 개진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에 계류돼 있는 교육활동 보호 조례의 조속한 제정을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기초학력 저하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교수학습·기초학력지원과'를 신설한다.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 도구를 개발하고 있으며, 새롭게 개발되는 진단 도구를 활용하여 언어·수리 등 학생의 기초소양을 측정하고 학생의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학생들이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간으로 자랄 수 있도록, 세계시민형 인성교육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새로운 인성교육 방안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3단계 교육혁명을 위해서는 서울시민과 교육공동체의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며 "보완적 혁신을 통해 혁신교육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3단계 교육혁명으로 혁신미래교육으로의 전환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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