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막을 안티드론 무기체계 군·정부시설에 도입”[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방사청, 485억원 규모 구매사업 입찰…군 공항·항만, 주요 정부기관 등에 배치
적 무인기 탐지·식별 후 전파교란으로 무력화하는 ‘소프트 킬’ 방식
안티드론 시장 급성장…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연구개발 박차
방위사업청은 북한의 무인기 공격으로부터 정부와 군의 주요 시설을 보호할 ‘안티 드론(Anti Drone) ’ 방어체계를 처음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이 전쟁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면서 안티드론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지난해말 북한 무인기 영공침범 사태를 계기로 안티드론 무기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다음 달 8일까지 ‘중요지역 대드론통합체계’를 국내에서 구매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한다. 6일 방사청에 따르면 총 485억 5000만원 규모인 이번 입찰은 공군 기지와 해군 항만 등 육·해·공군 주요 시설과 정부 기관을 노린 적의 무인기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사업이다.
군· 정부 주요 시설 보호를 위한 드론 방어 체계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 연말 북한의 무인기 침투 이후 군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대응책 중 하나다. 당시 군은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적 드론을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타격체계를 조기에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드론을 잡는 방법은 드론을 직접 파괴하는 ‘하드 킬’(hard kill)과 무력화에 중점을 둔 ‘소프트 킬’(soft kill)로 크게 나뉜다. 이번에 도입하는 대드론통합체계는 ‘소프트 킬’ 방식을 사용한다. 방사청은 초소형 드론을 탐지·식별한 후 전파 교란(Jamming·재밍)을 통해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드는 방어체계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이 지난 달 30일 개최한 사업설명회에는 전파 교란 방식의 드론 방어체계를 연구해 온 국내 업체들이 참여해 큰 관심을 보였다. 국내 방산업체들 중 안티드론 무기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LIG넥스원은 지난 5월 31일 김포공항의 불법 드론을 탐지하는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포공항에 공중에서 접근하거나 침입한 드론의 위치, 이동 상황을 파악해 항공기와 시설, 이용객 등을 보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불법 드론 탐지·추적·무력화를 포함한 통합 안티드론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LIG넥스원은 안티드론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경찰청 등이 주관하는 불법 드론 지능형 대응 기술 과제 중 지상 기반 불법 드론 탐지·식별·추적·무력화 기술과 운용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안티드론 기술 기업 포르템테크놀로지스에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방식으로 총 225억원을 투자했다. SAFE는 투자금을 선지급하고 추후 할인된 가격에 지분을 취득하는 입도선매 형태 투자 방식이다. 포르템테크놀로지스는 탐지·식별·무력화 등 모든 안티드론 단계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체 개발 레이더로 불법 드론을 탐지한 후 자율주행 드론을 띄워 그물로 포획해 무력화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6일 무인기 5대를 동원해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이 가운데 1대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반경 3.7㎞ 구역 내로 설정된 P-73 비행금지구역까지 진입했다. 당시 군은 북한 무인기를 추적하면서 코브라 공격헬기의 20㎜ 기관포로 한 차례 100여 발 사격을 가했지만, 격추에는 실패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상공에 뜬 무인기를 전투기로 격추 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로 힘들다”며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미니카를 중형차에 탄 채 잡으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힘들다”고 실패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군은 북한으로 돌아가는 무인기를 KA-1 경공격기로 추격하면서 사격할 기회가 있었으나 민간 피해를 우려해 결국 사격하지 못했다. 이에 부수적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무인기를 공격할 수 있는 비물리적 수단, 즉 ‘소프트 킬’ 방식 무기체계의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드론업계 역시 불법 드론을 막는 안티 드론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티 드론은 드론을 활용한 테러, 불법 촬영, 보안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로, 드론 산업의 성장과 함께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안티 드론 시장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27.7% 가량 성장해 2027년에는 약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드론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에서 불법 무인기를 더욱 정밀하게 탐지·요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동시에 안티 드론 기술을 갖춘 민간 기업과의 협력 등을 통해 안티 드론 기술과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법 드론 탐지에는 주로 레이더 시스템이 사용된다. 레이더 시스템은 드론을 탐지·식별해 보안 담당자에게 불법 드론의 위치와 방향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대다수의 레이더 시스템은 소형 무인기를 감지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기존의 레이더 시스템은 작은 비행 물체를 위해 개발되지 않았으며, 만약 기술을 보정해 소형 무인기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고 해도 새나 다른 물체를 드론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움직이는 물체 내에서 속도 차이를 감지하는 마이크로도플러레이더(Micro-doppler lader)와 무선 통신을 감지하는 무선 주파수(RF) 분석기 등이 개발됐다. 하지만 상용화되지 않았고 또 무인 드론에는 효과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최근에는 불법 드론의 이미지, 움직임을 캡처하는 적외선 또는 열화상 기능이 있는 광학 카메라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불법 드론 무력화 기술로는 안티드론건이 대표적이다. 안티드론건은 그물로 드론을 포획하는 물리적 공격이나 무선 통신을 방해하는 재밍, 드론 기체를 해킹하는 스푸핑(Spoofing)·하이재킹(Hijacking) 등 원격 공격을 통해 불법 드론의 비행을 방해해 드론을 추락·착륙시켜 위협을 제거하는 장비다.
주한미군은 이미 군산기지 제8전투비행단이 소형 무인기를 탐지·식별하는 이동식 레이더(X-MADIS)와 드론에 방해 전파를 쏠 수 있는 소총 형태의 ‘드론 버스터’를 운용하고 있다.
북 무인기 영공 침투사건으로 우리 군의 드론 감시, 정찰 요격 시스템 등 안티 드론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 정부는 우리 군의 무인기·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의 개발 현황과 함께 특히 무인기에 대응하는 안티 드론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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