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밟아보는 첫 잠실 마운드, LG '입단 동기'가 지켜보며 웃었다...'닥터 차정숙, 선출 배우'의 시구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꿈만 같은 순간이었다. 이제 야구 선수는 아니지만 배우로 성공한 뒤 그토록 서보고 싶던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민우혁은 최근 종영된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구산대학교병원 이식(간담췌)외과 전문의 로이킴 역으로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다. 민우혁은 드라마 인기를 발판 삼아 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시구를 했다.
이 시구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이유는 민우혁이 LG 트윈스 출신 배우이기 때문이다. 민우혁은 아마추어 시절 뛰어난 야구 선수였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은 케이스다.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때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LG는 1학년 때 워낙 좋은 기량을 보여준 민우혁을 2003년 신고선수로 영입했다. 민우혁도 프로 입단 후 6개월간 열심히 훈련하고 체중을 늘리며 준비했지만 발목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해 선수 생활을 접었다.
민우혁은 야구 선수를 그만둔 뒤 2006년 보컬 그룹 포코스로 연예계에 데뷔했고, 이후 뮤지컬 배우로 전향해 '레미제라블', '위키드', '김종욱 찾기', '영웅'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0년 후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민우혁은 떨리는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고 이 모습을 보며 미소 짓던 선수가 있었다. 그는 KT 박경수였다. 지금은 KT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그는 성남고 시절 천재 유격수로 불리며 2003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민우혁과 2003년 입단 동기다.
박경수는 3루 더그아웃 맨 앞으로 이동해 동기 민우혁의 시구를 자세히 지켜봤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민우혁이 포수가 아닌 뒤에서 지켜보던 KT 박기혁 코치를 향해 공을 던졌다. 박기혁 코치는 깜짝 놀라며 공을 피했고 하마터면 투구에 맞을 뻔한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시구를 한 민우혁은 물론 양 팀 선수들 모두 크게 웃으며 즐거워했던 시구였다.
LG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시구를 마치고 야구장을 빠져나가는 민우혁에게 박수를 치며 응원했고 민우혁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승리를 기원했다.
입단 동기가 보는 앞에서 20년 만에 LG 유니폼을 입고 선수가 아닌 배우로서 시구한 민우혁은 이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2003년 LG 신고선수로 야구 선수 생활을 한 적 있는 민우혁이 20년 만에 LG 유니폼을 입고 시구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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