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라도 고용 안 준다고?···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게 물어보니
‘수요독점’으로 최저임금과 일자리 관계 설명
미국 뉴저지주는 1992년 4월 최저임금을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인상했다. 바로 옆에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연방 최저임금 4.25달러를 그대로 유지했다.
뉴저지주 프린스턴대의 젊은 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와 앨런 크루거에겐 흥미로운 ‘실험군’과 ‘대조군’이 생긴 셈이었다. 두 사람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기회라 여기고,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 경계에 있는 410개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두 차례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이 1993년 발표한 논문 결과는 기존의 ‘경제학 교과서’와 달랐다.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이 연구는 전 세계 경제학계에서 최저임금과 일자리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한 방아쇠가 됐다.
현재 미국 UC 버클리대에 재직 중인 카드 교수는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s)’을 통해 최저임금, 이민, 교육 등이 노동시장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10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통념이 강력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2년 연속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고용 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통념을 깬 논문을 발표한 지 30년이 된 올해 카드 교수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카드 교수는 지난 5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수요독점(monopsony)’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했다. 수요독점은 소수의 기업이 일자리를 지배하고 있거나 노동자가 임금 수준이 낮더라도 다른 일자리로 옮겨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용자가 노동자보다 압도적 힘을 가지는 수요독점에선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증가한다.
그는 “(당시) 연구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등 다른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했다. 특히 최저임금에 대한 반응들이 수요 독점적 임금 결정의 증거인지를 살펴보는 데 큰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최저임금 연구는 노동시장을 노동자와 사용자 간 교섭력이 같은 ‘완전경쟁’ 상태라 가정하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감소한다는 전제를 수용했다. 하지만 카드 교수는 노동시장이 아니라 고용주가 임금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고 봤다.
그는 “일부 상황에선 고용주가 임금을 일정하게 결정할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서) 구속력이 있거나 고용주가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경우는 고용주 임금결정권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최저임금이 낮거나 노조가 없는 경우는 고용주 임금결정권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노동시장의 최저임금 수준은 대부분 주에서 상대적으로 낮고, 노조 조직률(민간부문 6%)도 미미하므로 고용주의 임금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난 30년간 미국 최저임금을 연구한 결과들은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는 걸 시사한다”고 했다.
다만 카드 교수는 자신의 연구는 임금이 결정되는 다른 방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책적 제언을 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06년 한 인터뷰에서도 “내 연구는 최저임금 인상을 제안하는 사람들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 모두로부터 오해를 받았다”고 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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