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흑해 곡물협정 종료 우려...“만기 연장 총력”

유엔(UN)이 우크라이나 곡물을 해상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던 흑해 곡물 협정이 연장되지 못한 채 종료될 가능성을 두고 우려를 표시했다.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은 5일(현지 시각) UN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정은 저개발국의 식량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협정 연장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린스판 사무총장은 “협정은 우리의 주요 관심사이며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들과 그 국민들을 위해 협정이 연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UN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었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자국 곡물과 비료 수출을 보장받았다.

협정은 지금까지 3차례 연장됐으며 이달 17일 다시 만기가 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협정 체결 당시 자국산 곡물과 비료 수출 허용에 합의하고도 서방국들의 복잡한 대러시아 제재 구도 속에서 수출이 잘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UN은 러시아 곡물과 비료 수출 촉진 문제에 초점을 맞춰 협의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협정 연장에 동의할 만한 조건이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당하면서 수출 대금 결제 업무에 지장이 발생했는데, 러시아 국영은행 자회사를 SWIFT에 연결하는 방안을 최근 EU가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를 두고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은행 자회사를 여는 데 수개월이 걸리고 SWIFT에 가입하는 데 또 3개월이 걸리지만, 네트워크 폐쇄는 몇 분이면 끝난다”며 “이 모든 것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는 협정을 추가로 연장해야만 한다”는 이유였다. 러시아는 자회사를 통하는 게 아니라 은행이 직접 국제 은행 간 송금망에 연결되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