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렸다” 9억팔 파이어볼러의 ‘첫 승’...우진이 형은 어떻게 봤을까 [SS시선집중]

김동영 2023. 7. 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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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안우진(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선수들이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전 승리 후 장재영에게 물세례를 퍼붓고 있다. 장재영은 이날 5.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오래 걸렸네요.”

키움 ‘9억팔’ 장재영(21)이 마침내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그냥 얻은 승리가 아니다. 선발로 나서 호투를 펼치며 당당히 선발승을 품었다. 각별한 사이인 안우진(24)도 웃으며 지켜봤다.

장재영은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NC와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2피안타 4볼넷 7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선보였다.

최고 시속 154㎞의 강속구를 뿌렸다. 평균으로도 시속 150㎞에 달했다. 92구 가운데 70개가 속구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의미다. 슬라이더(15구)-커브(7구)도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거침없이 들어갔고, NC 타선을 잡았다.

데뷔 3년차에 마침내 첫 승을 거뒀다. 통산 40번째 경기다. 2021년 4월6월 고척 KIA전에서 데뷔했다. 이날이 데뷔 후 821일째였다. 선발로는 9경기 만에 따낸 ‘1승’이다.

경기 후 장재영은 “오래 걸렸다. 그나마 이제라도 팀에 조금 보탬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하다. 상대 선발이 페디였다. 굉장히 좋은 투수다. 최대한 대등한 경기를 하고, 불펜에 넘겨주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키움 장재영(왼쪽)이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후 홍원기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어 “초반 변화구가 내 생각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속구 위주로 던졌다. 이지영 선배님도 ‘오늘 속구가 좋다’고 하시더라. 내 속구를 믿고, 공격적으로 투구했다. 타자가 노리고 있는 것을 알고도 속구를 뿌렸다. 범타를 유도한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던졌다. 내 스스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려 9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다. 첫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볼넷에 발목이 잡혔다. 그러나 2년차를 지나 3년차인 올시즌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보인다. 볼넷이 줄었고, 탈삼진이 늘었다. 선발로서 긴 이닝도 소화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다르게 먹은 것이 통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두려운 것도 없고, 무서운 것도 없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던졌다.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 그 생각만 했다”고 짚었다.

팀에 미안했고, 불펜투수 형들에게 미안했단다. “내 뒤에 나온 양현 선배님뿐만 아니라 모든 불펜 형들이 잘 막아줬다. 내가 3이닝, 4이닝 던질 때는 형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죄송한 마음이 컸다. 5이닝 소화하고 내려와서 다행이다. 형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며 웃었다.

키움 장재영이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또한 장재영은 “최근 몇 경기에서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던지고 있다. 자신감을 얻었다. 오늘 경기까지 좋은 흐름이 이어졌다. 첫 승까지 할 수 있었다. 계속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첫 승 후 형들 생각을 많이 했다. “(안)우진이 형이 먼저 생각이 났다. 형이 항상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 첫 승도 중요하지만, 한 경기, 한 경기 하면서 좋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지영 선배님도 경기하면서 계속 좋은 이야기 해주셨다. 잘 이끌어주셨다. (이)정후 형도 ‘타자들이 점수 내줄 테니 편하게 던져라’고 했다. 또 ‘오늘 공 좋다. 힘 더 쓰려 하지 말고, 점수 안 주려고 하지 말고, 네 공을 던지면 된다’고 했다. 덕분에 5회를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잠시 안우진과 마주했다. 장재영의 첫 승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장)재영이가 꾸준히 준비했고, 최근 좋은 모습을 보였다. 오늘 드디어 승리를 따냈다. 내가 다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데뷔 첫 승을 거둔 장재영이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전 승리 후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어 “내가 첫 승을 했을 때도 생각이 난다. 나도 굉장히 좋았다. 아마 오늘 재영이가 잠 제대로 못 자지 않을까 싶다”며 다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그라운드로 나가 장재영에게 아낌없는 물세례를 퍼부었다.

안우진은 지난 2018년 9월20일 고척 삼성전에서 데뷔 첫 승을 품었다. 5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만들었다. ‘에이스’ 안우진의 시작점이다. 장재영도 같은 길을 밟을 수 있다.

장재영은 “꼭 우진이 형과 함께 1~2선발을 하고 싶다. 나도 우진이 형만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에 만족할 수는 없다. 더 발전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 나중에 우진이 형과 함께 키움 우승의 주역이 되고 싶다. 우진이 형에 이어 키움에서 두 번째로 시속 160㎞를 던지는 투수도 되겠다”며 미소를 보였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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