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TV로 연매출 2조 올린 中 회사, 한국 증시에 상장하는 이유는[전예진의 마켓인사이트]
2017년 LG유플러스의 미디어 사업 인수 후 공격적 사업 확장
기업 가치 3년 만에 세 배…상장 후 시가 총액 최대 1573억원
펀중미디어의 지분 가치 630억원에 달해..차이나 리스크 관건
중국 최대 옥외 광고회사인 펀중미디어의 자회사가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한국의 수도권 아파트 엘리베이터TV 시장의 50%를 점유하며 급성장한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주인공이다. 펀중미디어가 2017년 LG유플러스의 미디어보드사업을 인수해 설립한 이 회사는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81.4%에 달한다. 성장성은 높지만 모회사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이 기업공개(IPO)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된다. 한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27곳 중 절반이 시장에서 퇴출당한 가운데 ‘차이나 리스크’를 딛고 16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에서 성공한 모델로 한국에 들어와
펀중미디어는 1997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엘리베이터 광고 회사다. 초창기 소프트뱅크와 골드만삭스 등에서 4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2015년 중국 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018년 알리바바가 펀중미디어에 150억 위안을 투자하며 지분 약 10%를 인수했다. 현재 시가 총액은 약 20조원 규모다.
이 회사는 중국 엘리베이터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 내 230여 개 도시에서 약 260만 개의 엘리베이터에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매일 약 3억 명이 광고를 시청한다. 알리바바·텐센트·KFC·샤오미 등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5400여 회사가 고객이다. 연매출은 약 2조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펀중미디어의 매출이 2025년까지 연평균 19.9% 성장해 약 3조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회사는 2017년 한국 시장에 들어왔다. LG유플러스의 미디어보드사업을 인수해 포커스미디어코리아를 설립하면서다. 포커스미디어코리의 최대 주주는 펀중미디어로 50.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2대 주주는 21.6%의 지분을 보유한 윤제현 대표다. 이 밖에 2019년 투자한 벤처캐피털 우리신영그로쓰랩이 지분 19%를, LG유플러스가 9%를 갖고 있다.
펀중미디어는 한국에 들어온 이듬해인 2018년 인도네시아(지분율 51%), 홍콩(62.1%), 싱가포르(27%)에 자회사를 세웠고 태국(100%), 말레이시아(70%) 등 총 6개국에 진출했다. 해외에 설립한 자회사 중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 법인인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주거 시설 중 아파트의 비율이 높아 다른 나라보다 엘리베이터TV 광고 사업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며 “동남아 증시가 침체됐지만 한국은 IPO 시장에서 중소형 공모주의 투자 열기가 뜨겁다는 점도 첫 상장 주자가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매체를 보유한 대행사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엘리베이터TV에 특화한 광고 캠페인을 기획·제작·운영하고 성과 분석 등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옥외 광고 대행사에 속한다. 하지만 엘리베이터TV를 직접 보유하고 있어 대행사인 동시에 광고 매체의 역할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사용권 자산 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이다. 공간을 임대해 매체를 설치하고 해당 매체를 통해 광고를 송출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반면 매체를 직접 보유하지 않는 광고 대행사는 전체 매출에서 급여와 외주 제작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이 회사는 사업 초기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 엘리베이터TV를 집중적으로 설치하는 전략을 펼쳐 성공을 거뒀다. 2022년 말 기준 전국 131개 도시의 5749개 아파트 단지와 223개 오피스 빌딩 등 약 5972개의 장소에 엘리베이터TV를 설치하고 광고를 송출하고 있다. 회사가 추정하는 하루 평균 시청자 수는 920만 명이다. 전국 지하철 하루 평균 탑승객 720만 명보다 더 많다.
수도권을 시작으로 엘리베이터TV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향후 오피스·쇼핑몰·지하철·대학교 등으로 확장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역과 공간 다각화에 성공한다면 광고 상품을 세분화해 판매할 수 있다”며 “광고 도달 범위가 증가함에 따라 판매 단가를 인상해 매출 규모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다림에서 찾은 광고 기회
이 회사는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옥외 광고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한국의 옥외 광고 산업 규모는 약 9000억원으로 전체 광고 산업의 5.9% 수준이다. 방송·인쇄·디지털 광고 대비 상대적으로 작다. 이 중 교통과 극장 광고를 제외하면 옥외 시장 규모는 4200억원대로 줄어든다. 광고계에서 비주류였던 이 시장은 발광다이오드(LED) 기술 발전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세로형 전광판 등 디지털 광고와 아파트 엘리베이터TV 등 생활 접촉 매체가 속속 등장하면서다.
이 회사는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사람들이 이용할 수밖에 없고 대기 시간이 필요한 장소에서 광고 기회를 포착했다. 이 중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입주자들의 시선과 시간을 빼앗을 수 있는 최적의 광고 장소로 꼽힌다.
엘리베이터TV 광고 산업은 옥외 광고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27.1%,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81.4%였다. 같은 기간 종합 광고 대행사, 미디어렙사, 온라인 광고 대행사 등 주요 상장 기업의 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각각 5.4%, 6.3%, 6.5%로 10%에 못 미친다.
이 회사는 2021년 공동 주택 입주민에게 특화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이커머스 사업도 시작했다. 자체 제작 상품으로 층간 소음 방지 슬리퍼인 ‘뭄뭄 실내화’를 출시해 지난해 약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측은 아파트 입주민의 불편 사항을 접수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하고 자체 제작 광고를 노출해 매출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3년 만에 상장하는 중국계 기업
증권가에서는 포커스미디어코리아가 중국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중국계 기업이 상장하는 것은 2020년 게임회사 미투젠 이후 3년 만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한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27곳 중 14개 기업이 허위·불성실 공시, 회계 부정 등으로 상장 폐지됐다. 회사 측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국내법에 따라 회계법인을 통해 감사가 이뤄지고 있어 과거 중국기업에서 나타났던 회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회사가 펀중미디어라는 점에서 상장 후 배당 확대 등을 통한 자금 유출이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간사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이 회사의 기업 가치를 주가수익률(PER) 22.57배를 적용해 1900억원대로 평가했다. 공모가는 여기에서 18~27% 할인해 결정했다.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 가격은 1만1000~1만2400원, 상장 후 시가 총액은 1395억~1573억원이다. 기관 수요 예측이 성공해 공모가가 희망 가격 상단에서 결정되면 펀중미디어의 지분 가치는 630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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