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싫다'는데 신당에도 부정적인 여론, 왜?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몸집이 큰 50대 중반의 두 남자. 사람으로 치자면 우리 국회는 이런 모습이라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은 총 299명입니다. 이 의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67석, 국민의힘이 113석으로 거대 양당이 280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려 94%의 비율입니다. 제3당인 정의당은 6석에 불과합니다.
성별로 보자면 남성 의원이 242명으로 81%, 여성 의원이 57명으로 19%입니다. 연령대는 어떨까요? 50대가 128명, 60세 이상이 139명으로 50대 이상 의원이 267명입니다. 89%를 차지하네요. 30대는 8명, 40대는 24명입니다.
2019년 총 751명을 선출한 EU 의회의 평균 연령은 49.5세였다고 합니다. 2020년 제21대 출범 당시의 한국 국회의원 평균 연령은 54.9세로 다섯 살 이상 많습니다. 2021년 국제의원연맹(IPU)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30 세대 의원은 당시 13명, 4%로 국제적으로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 그러니까 이 두 남자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평균 재산은 25억 정도. 매일같이 싸우고 서로 헐뜯기 바쁘다. 생각은 매번 정반대지만 확증편향을 보이는 경향은 같다. 4년마다 힘을 겨뤄 형, 아우를 다시 정한다. 다른 사람이 끼지 못하게 기득권을 지킬 때만 손을 잡는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공감이 가시나요?
6월 3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현재 무당층은 28%에 이릅니다. 국회의 모습을 살펴보니 이해가 갑니다.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기성 정당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신과 외면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양향자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의 신당 창당 소식이 들립니다. 어느 정당에도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 유권자들, 창당 세력이 주목하는 사람들이겠지요. 이들의 비율이 상당하니 해 볼 만하다는 계산이 서 있을 겁니다.
신당이 자리 잡기 힘든 한국의 선거 제도와 정치 풍토에서 양향자, 금태섭 신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2016년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했습니다. 새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기성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를 공략했습니다. 선거 결과 국민의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25석, 비례대표 선거에서 13석을 얻어 총 38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둡니다. 전체 의석수의 13%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한국 정치지형을 바꾸는 데 실패하고 사라집니다. 안철수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에 합류, 작년 6월 경기 성남분당갑 보궐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됐습니다.
국민의당의 등장과 소멸은 우리 정치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변화를 갈망하는 민심, 대선후보급 정치지도자, 합리적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중도적 정당 정체성. 이렇게 환경, 인물, 노선의 삼박자가 모두 갖춰졌음에도 실패했기 때문이죠.
여러 원인을 들 수 있겠습니다만, 저에게 단 하나의 요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정치변화를 내세웠으나 기성 정당과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겠습니다.
국민의당은 호남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세운 정당이었습니다. 국회의원선거 결과 의석은 다시 호남 지역에 집중됐습니다. 국민의당은 호남 민심과 중도 노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계파 갈등이 점점 깊어집니다.
게다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의 정치지도자로서의 역량에 대한 회의도 커집니다. ‘갑철수’, ‘MB 아바타’ 등의 발언과 태도, 기억나시죠? 결국 2018년 2월, 국민의당은 비(非)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생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국민의당 정당 지지도는 5%에 불과할 정도로(2018년 2월 2일, 한국갤럽) 이미 소멸 직전이었습니다. 국민의당에 대한 평가는 단 2년이면 충분했습니다.
신당에 대한 최근 우리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요? <서울경제>가 지난달 29일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제3지대 신당'에 대해서 부정(51%) 의견이 절반을 넘었으나 긍정(43%)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고 분석했죠.
저는 해석을 달리합니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면서도 신당의 등장에 대한 기대가 의외로 낮은 현실이 놀랍습니다,
현재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은 '한국의 희망'입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운영되는 정당이라고 설명하며, 특권 없는 나라를 천명했습니다. 진영대결에서 생활 정치로 건너가겠다는 포부입니다.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성찰과 모색)'이라는 모임은 9월 '새로운당(가)'이란 당명의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는데, 금태섭 전 의원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주이자 ‘봉달호’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곽대중 씨가 1호 영입 인사로 합류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곽 씨는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민생119)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었다고 합니다. 곽 씨가 대변인을 맡아 새로운당 이름으로 나온 첫 논평은 '민주당 해체 요구'입니다.
신당 창당을 이끄는 양향자, 금태섭 두 정치인을 좀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삼성그룹 첫 여성 임원 출신 양향자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전략공천을 받아 광주 서구을 지역에 당선됩니다. 그해 8월 전당대회에서 전국여성위원회 위원장 겸 최고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지역구 사무실 직원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처신으로 당 차원의 징계가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자진 탈당했습니다. 이후 2022년 6월에는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수락하며 사실상 친여 정치인으로 활로 모색에 나서게 됩니다.
금태섭 전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2016년 서울 강서구 갑 지역에서 당선되었습니다. 2020년 총선에서는 경선에서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습니다.
의원직에 있을 당시 민주당의 공수처 당론을 따르지 않고 표결에 기권한 일과 관련해 징계처분을 받고, 탈당을 선택합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중앙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실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 정치 제도와 문화가 참신한 세력의 도전에 더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깨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기성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를, 새 정당이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담아낼 수 있을까요? 양향자, 금태섭 신당은 인물, 문화, 행태 등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과 다를까요? 한국의 희망, 새로운당은 그 당명이 의미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요?
저에게 물어본다면 대답은 '글쎄요'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신당의 가치를 대표하는지 아리송하기 때문입니다. 주도하는 사람들의 정치 편력으로 볼 때 제3지대 창당 움직임이 여야 정치인들의 이해에 따른 이합집산으로 귀결되고 말진 않을까, 여전히 의심이 듭니다.
'몸집이 큰 50대 중반의 두 남자' 대신 다양한 얼굴이 우리를 대표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 저로서는, 신당의 등장이 선뜻 반겨지지 않는 게 참 유감입니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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