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데려온다던 '좌완 파이어볼러' 부활 프로젝트...LG 이상영은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가서 붙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 투수는 귀하다. LG 트윈스에도 그런 선수가 있다. 바로 이상영이다. 부산고를 졸업한 이상영은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LG에 입단한 좌완 투수다. 193㎝의 장신인 데다 긴 팔을 활용해 던지는 150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낙차 큰 슬라이더가 위력적인 투수다.
입단 후 1군에서 별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이상영은 군 입대 후 상무에서 몰라보게 좋아진 제구력으로 퓨처스리그를 정복했다. 지난해 10승 3패 평균자책점 3.31로 퓨처스리그 남부 리그 다승왕에 올랐고 올 시즌도 제대하기 전까지 8승 1패 평균자책점 2.63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LG는 이상영의 가세가 토종 선발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와 1군 무대는 너무 달랐다.
두 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지만 모두 조기 강판당했다. 삼성 상대로 치른 1군 복귀전에서는 4이닝 4피안타 1볼넷 2사구 1탈삼진 2실점 했고, NC 상대로는 1⅓이닝 2피안타 4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했다.
한 달 동안 선발 기회를 주려고 했던 염경엽 감독은 이상영의 투구 내용을 본 뒤 칼을 꺼내 들었다. 그를 2군으로 내리고 '이상영 살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이다. 군 입대 전 이상영은 148km를 던지던 파이어볼러였다. 하지만 상무에서 고질적인 제구를 잡기 위해 팔 각도를 내려 스리쿼터로 변신했다. 구속을 포기하고 제구를 잡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구속으로는 1군 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첫 등판 최고 구속은 141km였고 두 번째 등판 최고 구속은 139km였다. 평균 138km의 구속은 1군에서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염경엽 감독은 이상영과 면담 후 팔 각도를 다시 올려 구속을 증가시키기로 했다. 현재 이상영은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투구폼 수정에 들어갔고 LG 홈 경기가 있을 때면 잠실야구장에서 불펜 피칭을 하며 정검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NC와의 경기 앞서 이상영이 잠실야구장에서 투구폼 수정 후 첫 불펜 피칭을 했다. 그의 옆에는 김경태 투수코치가 함께했다. 김경태 코치는 이상영의 투구를 유심히 지켜본 뒤 수정할 부분을 짚어줬다.
김경태 코치가 가장 중점적으로 지적한 건 이상영의 얼굴 방향과 왼쪽 어깨였다. 와인드업부터 공을 뿌리는 순간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고 포수 글러브를 끝까지 쳐다보는 투구폼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은 모습이다. 볼 스피드를 끌어 올리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니 이상영의 고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경태 코치는 "구속과 구위는 다르다"라고 말하며 고개는 움직이지 말고 왼쪽 어깨가 들어가지 않게 공을 앞으로 끝까지 밀어 던질 것을 주문했다.
몇 차례 수정한 폼으로 좋은 공을 던지자, 김경태 코치와 불펜 포수는 "좋아. 바로 이거야"라고 소리치며 이상영의 기를 살려줬다. 이상영도 조금씩 좋아지는 자신의 투구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불펜 투구를 마쳤다.
한편 염경엽 감독은 "이상영은 최소 두 달 동안 실전에 나가지 않는다. 계속 불펜에서 공을 던지면서 바뀐 투구폼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루에 50개씩 공을 던지고 3일 휴식하는 패턴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는 이상영의 교정 작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면 엔트리가 확대되는 시즌 후반이나 포스트시즌에 히든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이상영은 대권을 노리는 LG의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수정한 투구폼으로 불펜 피칭을 하는 LG 이상영.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