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車10대중 1대가 포스코 강판..“이젠 전기차까지 주도할 것”
전기차 구동모터 코아 핵심 소재로 중요
연간 전기차 500만대에 공급 가능
"향후 국내외 공장 신증설도 검토"
[광양=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내년 10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이퍼 노’(Hyper NO·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이 2단계까지 준공을 마치면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을 합쳐 연간 40만톤(t)의 하이퍼 NO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가 생산할 40만t의 하이퍼 NO는 전기차 500만대의 구동모터 코아를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지난달 30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만난 김창묵 포스코 자동차소재마케팅실 친환경차그룹장은 본격적인 하이퍼 NO 생산을 앞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이퍼 NO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으로,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구동모터 코아의 중요한 소재다. 하이퍼 NO는 일반 전기강판 대비 전기차 구동모터의 에너지 손실을 30% 이상 줄여 전기차 소재 시장의 핵심 먹거리로 꼽힌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단일 규모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큰 제철소로 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지난해 약 820만t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했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연간 8000만대임을 고려하면 10대 당 1대는 포스코가 생산한 자동차 강판을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생산에 안주하지 않고, 전기차 구동모터에 들어가는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 증설에도 나섰다. 지난해 4월 1조원을 투자해 연 30만t 규모의 생산을 할 수 있는 하이퍼 NO을 착공했고,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설비를 확장하는 2단계 준공은 내년 10월 끝날 예정이다.
하이퍼 NO 공장은 연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이달 3일부터는 시운전에 돌입한 상태다. 김 그룹장은 “포스코는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 하이퍼 NO 공장을 신설했다”며 “하이퍼 NO 등의 생산 확대와 품질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전기차용 소재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둘러본 하이퍼 NO 공장은 아직 가동 정비가 끝나지 않아 일부 설비가 펜스와 천 등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압도적인 규모는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장은 면적 24만㎡로, 축구장을 약 34개를 합친 크기였다.
이곳 공장에서는 제강과 열연 과정을 통해 생산된 열연코일이 세 단계의 공정을 거쳐 하이퍼 NO 제품이 만들어진다. 소둔산세공정(APL)과 압연공정(ZRM), 소둔코팅공정(ACL) 등의 공정이다.
먼저 소둔산세공정(APL)공정은 열연판을 1200도 고온에서 열처리해 제품의 균질성을 확보하고 코일 표면에 남아 있는 산화층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마지막 ACL 과정에선 압연 중 발생한 철분을 세정하고 소재에 축적된 응력을 제거한 후 절연코팅으로 마무리한다.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공정은 제품 두께를 얇게 만드는 핵심 절차인 압연공정(ZRM)이다. 전기강판이 얇을 수록 전기차 모터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소음과 열발생이 적다. 또 강판이 얇아야 전기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포스코는 향후 최신 설비를 도입해 두께를 최대 0.1mm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안형태 하이퍼NO능력증대 TF팀장은 “균일한 두께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최첨단 제어기술을 접목한 설비”라며 “포스코는 하이퍼 NO 두께를 0.15mm까지 생산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하이퍼 NO에 대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2025년부터 구동모터 소재인 친환경차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수요가 공급을 앞질러 2030년엔 92만 7000t의 소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 관계자는 “하이퍼 NO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철강사는 세계적으로 매우 한정돼 있으며, 해당 철강사들은 특허로 생산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며 “포스코는 국내에서 양적·질적으로 독보적인 하이퍼 NO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특허 경쟁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퍼 NO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국내외에 공장을 신·증설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포스코는 하이퍼 NO뿐만 아니라 다양한 친환경차용 소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포스코는 ‘꿈의 강판’이라고 불리는 초고강도 강판 기가스틸에 대한 경쟁력도 확보했다. 지난 2021년 기가스틸 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지난 5월엔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현지에 기가스틸 전문 복합가공 공장을 준공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멀티머티리얼(Multi-Material) 배터리팩을 개발했다. 배터리팩을 단위 부품으로 나누고 철강과 알루미늄을 기능에 따라 최적 부분에 배치해 재료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다. 기존 철강 배터리팩 대비 중량은 10% 낮추고 충돌 성능은 20%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또 포스코는 수소차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소재인 ‘Poss470FC’를 독자 개발해 2018년부터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며 수소전기차 상용화에 기여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고 내구성이 약한 기존의 흑연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성형하기 쉽다. 크롬이 첨가돼 녹이 잘 슬지 않고 전도성이 좋아 전기를 잘 전달하는 장점도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2021년 친환경차용 소재 브랜드 ‘e Autopos(e 오토포스)’를 론칭한 이후 포스코의 철강 및 이차전지소재를 활용하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통합 솔루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친환경차 시대를 선도하는 생산 체제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차세대 강종 개발을 가속화해 친환경차 소재 전문 메이커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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