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와의 플레이타임, 노벤타 아웃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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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을 했을 뿐인데 나는 나와 더 가까워졌다.
그런 나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다름 아닌 쇼핑에 있다는 건 노벤타 아웃렛이 내 손에 들려 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연간 400만명의 쇼퍼들이 노벤타 아웃렛을 찾는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하루가 끝날 즈음 쇼핑백들엔 '내'가 하나둘 차곡차곡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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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을 했을 뿐인데 나는 나와 더 가까워졌다.
●취향을 탐색하는 시간
타인들 대하듯 나를 대하던 날들이 있었다. 나의 신체, 나의 취향, 나의 성격, 나의 불호. 나임에도, 나이기에, 나를 가장 몰랐던 날들. 그런 나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다름 아닌 쇼핑에 있다는 건 노벤타 아웃렛이 내 손에 들려 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쇼핑이야말로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공부도 조용한 도서관에서 능률이 오르듯 아웃렛도 한적한 곳에서 득템률이 오른다. 노벤타 아웃렛은 신기하리만치 고요하다. 옷더미가 마구 파헤쳐진 흔적도 없고 직원을 찾으러 사방을 두리번거릴 일도 없다. 연간 400만명의 쇼퍼들이 노벤타 아웃렛을 찾는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 진정 '조용히 강한 자'다. 정말 놀라운 건 방문객 중 1위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지만.
한국인 쇼퍼의 원픽을 받는 데엔 역시 브랜드 믹스의 힘이 크다. 노벤타 아웃렛을 한 명의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자. 럭셔리 브랜드는 상체, 중저가 브랜드는 하체. 그 둘 사이를 잇는 허리층이 바로 중고가와 로컬 브랜드들이다. 허리가 탄탄해야 제 몸이 바로 서듯 아웃렛도 마찬가지다. 중간층 브랜드가 다양해야 선택지가 넓어지고, 선택지가 넓어져야 쇼퍼들이 자신의 기호을 탐색해 볼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된다. 노벤타 아웃렛이 지닌 품격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이탈리아 베니스와 베로나 그리고 오스트리아가 모두 차로 이동 가능할 정도로 가깝다는 위치적 장점도 무시할 순 없다.
목요일 오후, 잔잔한 호수 위를 걷듯 쇼핑했다. 방해받을 일 없이 차근차근 나 자신과 놀기 딱 좋은 시간이다. 맥아더글렌의 26개 센터 중 오직 이곳에만 있다는 마르니와 폴 스미스, 보테가베네타부터 둘러봤다. 주얼리는 골드보다 실버. 셋업은 칙칙한 그레이보단 과감한 핫핑크. 원피스 기장은 발목까지, 부츠컷 청바지는 굽 있는 운동화와 매치할 것.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내 취향이 선명해졌다. 나는 그렇게 나와 더 가까워졌다.
하루가 끝날 즈음 쇼핑백들엔 '내'가 하나둘 차곡차곡 담겼다. 오직 나 자신과 보내는 플레이타임. 그 무게가 묵직하되, 결코 버겁지 않아 좋다.
●사랑하는 베니스가
부라노섬은 베니스가 여행자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편지 같다. 낡은 벽돌은 문장이 되고, 무지개색 집들은 한 편의 시가 된다. 해풍은 음표가 되어 바다를 연주한다. 마지막엔 서명으로 '사랑하는 베니스가'가 붙어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따뜻한 서신이다. 답장을 보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카메라를 들었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서.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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