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스탠퍼드 감옥 실험'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교육위는 지난 6월 학교 폭력 피해 지원법안을 처리했다. 뉴스1 DB

(부산ㆍ경남=뉴스1) 김미연 국립창원대 산학협력단 교수 = 폭력의 학습 실험 사례 중에는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 유명하다. 1971년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진행된 사회심리학 실험으로, 사회적인 역할과 권력이 폭력적인 행동으로 유발되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 중 일부는 감시관 역할, 일부는 감옥 수감자 역할을 맡았다. 초기에는 참가자들이 비교적 조화롭게 상호작용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다. 감시관들은 권력과 통제를 행사하며 수감자들을 괴롭히고 굴종 시키는 행동을 보였다. 수감자들은 이에 대항하거나 저항할 수 없었으며 상황은 폭력과 강압에 휩싸이게 되었다. 실험은 예상보다 더욱 심각한 결과를 나타내 6일 만에 중단됐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사회적인 역할과 권력이 폭력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후 폭력의 학습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가정환경이다. 성장과정에서 폭력에 노출되면 아동은 폭력을 당연 시하고 모방하는 경향이다. 가정 내에서 부모나 가족 구성원 간의 폭력적인 충돌이 있을 경우 아동은 이를 학습하고 자신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채택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사회 모델링은 주변 환경에서 폭력을 보고 모방하는 경우다. 각종 매체, 영화, 인터넷, 동료 등의 영향으로 폭력적인 행동이 강조되거나 승인되는 경우, 개인은 이를 모방하여 자신의 행동 양식으로 채택할 수 있다.

셋째, 사회적 규범과 문화에서 학습되는 경우다. 그 사회 규범과 문화적인 환경에서 폭력이 허용되거나 승인되는 경우는 개인들에게 폭력적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인간관계와 상호작용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보상이나 권력이 주어지는 경우, 개인은 이를 학습하고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잔인하고 무차별적인 폭력 사건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사회 권력층 자녀들의 폭력 가해 행위는 권력과 폭력, 개인의 분노 표출이 이미 대물림 된 우리사회 폭력의 학습 현상을 보여준다. 이렇듯 폭력은 사회 전반에 퍼지는 장기적인 사회 문제로 작용하여 한 개인의 행동으로 시작된 물리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언어적, 정서적, 심리적인 형태로도 나타나 심각한 상처를 입히고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사회의 거울'이라는 표현은 사회에서의 폭력 문제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폭력이 일상화되거나 정당화되는 사회에서 자라면 폭력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인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 수준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며 다양한 영역에서의 노력이 함께 작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과 교육은 폭력 예방과 인식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므로 부모들이 자녀에게 폭력 예방과 비폭력적인 가치를 생활화 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 기관에서는 폭력 예방 교육과 갈등 조절,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폭력을 용인하지 않고, 상호 존중과 비폭력을 강조하는 규범을 확립하고 유지해야 한다. 폭력에 대한 법적 조치도 엄정하게 하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권력 남용 제한도 심각한 폭력 예방의 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권력의 남용을 제한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폭력 문제는 단일한 해결책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다.

victiger3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