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도 운전대 잡는 ‘중고차 시장’…지각변동 예고
이르면 올 하반기 국내 중고차 시장이 수입차 딜러사와 국내 완성차 회사, 대기업 렌터카 계열사 삼파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규모 업체 중심이던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 간 격전장으로 탈바꿈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거론돼 온 ‘신뢰 문제’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 수입차 딜러사들의 사업 확대 왜?
수입 중고차 시장은 이미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어왔다. 주인공은 수입차 딜러사들이다. 이미 중고차 인증 사업을 해오던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지난 1월 중고차 인증 사업의 역량 강화를 통한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지난해 기준 3610대를 판매해 전체 매출 비중이 5.5%였지만 이를 더 늘려간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베엠베(BMW)·미니·지프 등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는 걸 주력으로 삼아왔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참전으로 수입 중고차 시장은 한발 앞서 진출해있는 한성모터스와 더클래스효성 등 수입 딜러사 간 각축전이 한창이다.
딜러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수입차 시장 변화에서 비롯됐다. 수입차가 국내에 많이 들어오면서 중고차 시장 내에서 수입차를 보기 쉬워졌고, 딜러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눈독을 들이게 됐다는 뜻이다. 여기에 딜러사에게 차량을 도매로 넘기던 ‘수입사’가 온라인 직접 판매에 나서는 흐름도 영향을 줬다.
테슬라와 폴스타 등 전기차 회사들에 이어 일본 완성차 업체인 혼다는 지난 4월 가격 정찰제를 내세운 ‘혼다 온라인 플랫폼’을 열었다. 독일 베엠베도 한정판 차량은 온라인 판매에 시동을 건 상태다. 업계에선 벤츠코리아 수장으로 지명된 마티아스 바이틀 사장이 벤츠 본사에서 디지털 서비스 판매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점을 거론하며 벤츠의 온라인 직판 진출도 머지 않았다고 본다. 한 수입차 딜러사 관계자는 “딜러사 재량으로 서비스·판매를 해 오던 수입차 유통체계가 온라인 중심, 직판으로 바뀌면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완성차 회사들의 진출, 왜?
국산 중고차 시장의 ‘메기’는 좀더 덩치가 큰 대기업이다. 지난해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하면서 대기업들이 뛰어들 수 있는 문은 활짝 열린 상태다. 현대차·기아는 올 하반기에 자사 브랜드 차량만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케이지(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체외에도 에스케이렌터카는 지난해 11월 타고 다니던 중고차를 언제든 인수할 수 있는 ‘타고 바이(BUY)’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고차연합회 등 중소상인들의 반대 등을 고려해 진출을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국내 렌터카 1위 사업자인 롯데렌탈 역시 중고차 인증 사업을 늘려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신차 고객과 중고차 고객을 함께 묶어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중고차 인증업이 활성화되면 평가와 정보 제공 등 또다른 자동차 부수 산업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은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고차 시장의 중심인 소상공인의 먹거리를 대기업이 대자본을 앞세워 빼앗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기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조정이 3년이나 걸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기부는 지난달 중순 케이지모빌리티 쪽에 올 하반기 중고차 사업 개시를 미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고차산업발전협의회 소통위원이었던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중고차 시장에 완성차 회사들이 진출 못하는 나라가 없었고 그동안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의 정보비대칭성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국내 자동차 시장 현대기아차 점유율이 84%인 상황에서 대기업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중기벤처부가 모니터링을 하며 제도를 수정 보완해가야하고, 대기업 역시 중소업자들의 생계까지 침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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