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여야 '막말전쟁'… 국민은 안중에도 없나
"핵 폐수"-"마약 도취" 정쟁 몰두
과학적 근거 입각, 사태해결 필요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여야의 '막말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연일 도를 넘은 조롱과 막말을 주고받으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라는 당내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X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는 없다"라는 발언으로 '막말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국민의힘 의원들을 겨냥, "당장 후쿠시마 날아가 핵오염수 마시고 가족에게도 권유하길 바란다"라며 막말 대열에 가세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에 맞서 지난 3일 민주당을 향해 "광우병 사이비 종교 신봉자들의 모습 그대로"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김 대표는 앞서 지난 1일에도 "민주당이 마약에 도취돼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민주당은 김 대표를, 국민의힘은 '쿠데타 대통령' 발언을 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면서 여야 갈등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은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국민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수산물 먹방'을 들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핵 폐수' '방사능 테러' 등 혐오 표현을 써가며 단식과 방류 반대를 위한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먹거리에 대한 심리적 공포는 이성적 사고를 어렵게 한다. 이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에서 경험한 바 있다. 한 지상파 방송에서 쓰러지는 미국의 소 한 마리 동영상을 내보내자 공포에 질린 국민들은 광화문으로 몰려갔다. 당시 '뇌송송 구멍탁'과 '한국인 95%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등 괴담에 사로잡힌 인파는 과학적 진실에는 귀를 닫아버렸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된 괴담은 '광우병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제 오염수가 아니라 핵 폐수로 부르겠다"고 했고, 과학자를 향해선 "돌팔이"라고 했다. 삼중수소 등과 같은 어려운 과학으로는 '핵 폐수' 등 야당의 자극적인 구호와 선동을 이겨낼 수 없다고 판단한 여당은 농수산물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먹방 투어'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기지가 있는 경북 성주를 찾아 참외 시식 행사와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횟집에서 공개 회식을 가졌다. 이 같은 '먹방'과정에서 노량진 수산시장 수조 물을 떠 마시는 모습을 연출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여야의 극단 정치에 국민의 우려와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국민 78%가 오염수 방류에 대해 '걱정된다'고 밝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정쟁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금 값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노력보다는 막말 쏟아내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차기 총선까지 이어질 이슈라는 점에서 양당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IAEA의 '국제안전기준 부합'이라는 최종 보고서 공개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뒤집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총력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보고서 내용과 무관하게 여야 간 정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걱정한다면 선전·선동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는 과학적 근거와 국제기준에 입각한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정부·여당도 야당을 '괴담 양산 세력',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해 대립각을 세우고, '먹방 퍼포먼스'에 기대기보다는 과학적 근거로 국민을 납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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