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똘레랑스

김재근 선임기자 2023. 7. 6. 0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프랑스어 중에 똘레랑스(tolerance)라는 낱말이 있다.

똘레랑스 정신은 프랑스에서 사상과 이념의 자유가 꽃을 피우는 배경이 됐다.

똘레랑스에는 뼈아픈 역사적 사연이 있다.

프랑스의 똘레랑스가 시험대에 올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재근 선임기자

프랑스어 중에 똘레랑스(tolerance)라는 낱말이 있다. 우리말로 관용이나 포용력으로 해석된다. 나와 타인의 차이나 다름을 인정하고 너그럽게 이해한다는 뜻이다. 종교나 이념, 신념, 양심, 행동방식이 달라도 용인하고 존중한다는 것이다. 똘레랑스 정신은 프랑스에서 사상과 이념의 자유가 꽃을 피우는 배경이 됐다.

똘레랑스에는 뼈아픈 역사적 사연이 있다. 16세기 종교개혁 시기 프랑스는 신교도와 구교도의 싸움으로 나라가 분열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를 계기로 나의 신앙과 신념이 중요한 것처럼 남의 종교와 사상도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게 프랑스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린 것이다.

반면에 프랑스에는 여전히 종교, 민족, 인종적 차별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알제리와의 관계다. 프랑스는 1830년부터 1962년까지 132년 동안 알제리를 식민지배했다. 서구의 다른 제국처럼 강압과 회유, 폭력을 통해 알제리를 통치했다. 우민화정책을 폈으며 자원과 노동력 수탈, 인종 차별, 학살, 고문 등을 저질렀다. 1945년에는 세티프와 구엘마에서 이슬람교도 수만 명을 학살했다.

일부 프랑스 인사들이 "프랑스가 북아프리카의 발전에 기여했다"며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는 등 역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알제리에서 살다 귀국하거나 알제리인의 피가 섞인 사람들을 차별한다. 부모가 알제리 출신인 축구선수 지네딘 지단과 카림 벤제마가 국가대표 시절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지 않은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프랑스에서 한 소년의 죽음 때문에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나엘이라는 알제리계 소년이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시위가 폭동으로 변질돼 3300여명이 체포됐고, 수많은 차량과 건물이 불탔다. 17세 소년의 억울한 죽음과 이민자 및 유색인에 대한 차별이 뒤섞여 폭동으로 커진 것이다. 인접한 벨기에와 스위스까지 시위가 번졌다.

프랑스의 똘레랑스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빈곤, 실업, 불만 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