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일간 공들인 '은행 제도개선안'…"절반의 성과"
금융 관치 개입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키웠다 지적도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돈잔치' 지적으로 시작된 금융당국의 은행 과점체제 개편을 위한 논의가 134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30여 년 만에 새 시중은행 탄생 예고,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인프라 구축 등 경쟁 촉진을 위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다는 호평과 금리산정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이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을 재차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을 포함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 결과를 발표했다.
은행의 과점구조를 깨기 위해 당국이 고심했던 방안이 총동원된 만큼 금융위 내부에서는 '은행과 구석의 캐비닛 속 케케묵은 내용'까지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실제 지난 2월 △은행권 경쟁촉진 △고정금리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성과보수 체계 개선 및 주주환원 정책점검 △손실흡수능력제고 △비이자이익 확대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등 6개 과제가 제시됐고, 이에 따른 27개 세부내용이 TF를 통해 결정됐다.
업권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과 비은행의 종합지급결제업 제도 허용 등 쟁점사안이 포함됐기에 소기의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짧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다양한 과제를 다룬 만큼 이번 방안만으로 은행권 경쟁촉진 등의 과제들을 완벽하게 이루기는 어렵다"며 "금융권, 민간전문가 등과 긴밀하게 소통해 추가적인 과제들을 지속 발굴하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반응도 엇갈린다. 특히 이번 TF의 핵심인 전국 영업망을 가진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에 대구은행이 새롭게 진출할 것이라고 예고한 점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3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새로운 인가가 없었기에 TF 논의 주요 내용으로 거론돼도 반신반의해서다.
금융당국도 지난 5월 말 관련 내용을 잠정 결정하고 결과 발표까지 보안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시중은행이라는 전국망 은행의 추가로 감독 대상이 늘어남에 따라 건전성 관리 등에 대한 우려도 적잖이 있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차주는 어떤 은행이 판매하는 대출상품인지를 보기보다 금리가 더 낮거나 한도가 높은 곳을 선택하기 마련"이라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타이틀로 달라진 조달여건을 통해 낮은 금리 등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 시장을 크게 흔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숙원처럼 추진해 온 온라인 원스톱 대환대출인프라가 첫발을 뗀 점도 고무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31일 6684억원의 대출이 이동했고, 현재까지 연간 100억원 이상 연간 대출이자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는 지난 2월 연 5.22% 수준으로 취급되던 것에서 5월 4.83%로 0.39%포인트(p) 감소하는 직접적인 효과와 지난 1분기부터 이자이익이 감소하는 실질적인 성과도 이끌었다.
반면, 규제산업인 은행업의 특성에 따라 그간 문제시돼 온 관치논란을 재차 불러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을 이끌겠다는 금융당국 방향과는 다르게 언제고 정부 드라이브가 강하게 개입될 수 있다는 여지를 키웠다는 뜻이다.
올해 초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요구로 급등했던 은행주는 모두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은행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투자설명(IR)을 하는 담당 부서는 이번 TF 시작과 함께 투자 문의가 시들해졌다고 토로하는가 하면 은행업에 대한 정권 방향을 읽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곳도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TF 이후 대출 금리가 떨어졌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자체 금리 인하 등 자구책이 반영된 결과로 봐 역마진을 감수했다는 토로가 있었다"며 "정기적으로 IR을 오는 외국투자자의 경우도 TF에 대한 문의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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