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비워 주세요”…또 다시 갈 곳 잃은 ‘소녀상’

건물 입주 업체, 공간 사용위해 이동 요청…정치적 압력은 아냐
워싱턴DC 등에 대체 부지 물색 중…일본의 방해로 3년간 보금자리 못 찾아

미국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의 한 건물 앞마당에 설치됐던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모습. 연합뉴스

미국 사회에 일본의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난 2019년 세워졌던 ‘평화의 소녀상’이 또 다시 보금자리를 잃고 갈 곳을 헤매게 됐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던 워싱턴희망나비 조현숙 대표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의 한 건물 앞에 설치됐던 소녀상이 철거돼 현재는 이 단체 한 회원의 집에 보관돼 있다.

소녀상이 어렵게 찾은 보금자리를 또 다시 잃게 된 것은 이 건물 1층에 입주한 업체가 소녀상이 놓여 있던 건물 앞마당을 사용하기로 하고 소녀상의 이동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 등은 대체부지를 물색해 왔으나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 2일 소녀상을 단체 회원의 집으로 일단 옮기게 됐다. 조 대표에 따르면 원래 있던 장소는 대로변이고 버스 정류장 옆이어서 평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었다.

조 대표는 "현재 워싱턴DC나 버지니아, 메릴랜드 지역의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며 "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람들이 왕래하기에 불편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이어서 더 좋은 장소를 찾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대표는 그동안 부지를 제공해 왔던 건물주가 매우 호의적이었으며, 이번 이동은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때 생겼던 공실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제작돼 지난 2016년 미국에 건너갔던 소녀상은 애초 워싱턴DC에 설치하려 했으나, 일본측의 방해로 부지를 찾지 못하면서 3년 여 간 창고에 보관돼 있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한 한인 교포가 자기 건물 앞 마당을 제공하면서 2019년 10월 지금의 장소에 안식처를 마련했다.

임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