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모터를 잡아라… 광양제철소, 전기강판 생산 시운전

최우리 2023. 7. 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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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세계서 가장 넓고 한국서 두번째로 오래된 제철소
제3열연공장. 포스코 제공

지난달 30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3열연공장에 들어가자마자 길고 새빨간 슬래브(뜨거운 쇳물이 굳어진 덩어리·Slab)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가 후끈했다. 시공간이 갑자기 찜질방으로 바뛰었다. 마치 자동차가 지나가듯 빠른 속도로 슬래브가 벨트 위를 미끄러져갔다. 슬래브를 올려둔 벨트는 526m의 공장 벽면을 따라 죽 이어졌다.

슬래브가 다양한 형태의 철강 제품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1㎠ 당 170㎏의 고압의 물을 공정마다 적재적소에 뿌려주어야 했다. 과거 대장간에서 담금질할 때 물을 뿌리면서 제품을 만들었듯이, 슬래브 표면의 찌거기를 제거하고 롤이 마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벨트 중간중간마다 물이 쏟아졌다. 슬래브 위로 물을 뿌릴 때마다 새하얀 수증기가 끓는 소리를 내며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벨트 위를 따라 왔다갔다 하던 슬래브의 두께가 점점 얇아졌고 시뻘겋던 색도 어두운 회색으로 변했다. 현장을 보여준 포스코 관계자는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얇게 말린 철강 제품이 열을 식히는 데에만 사흘 이상 걸린다”고 했다.

광양제철소는 1968년 설립된 포항제철소에 이어 국내 2번째로 오래된 제철소이다. 1982년 부지 조성을 시작한 뒤 1988년 처음으로 도금 제품을 생산했다. 22㎢(660만평) 면적으로 단일제철소로는 세계 280개 제철소 중 가장 넓다. 노동자 1만8천여명이 일한다. 한번 불을 지피면 15년 이상 불을 끌 수 없는 고로가 100m 높이 위에 솟아있었고, 원료와 쇳물, 철강제품 등이 운반되는 53㎞ 길이의 철길이 이어져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철광석을 단단한 덩어리 상태로 만든 뒤 석탄과 함께 용광로 안에 넣어 1200도 열로 철광석을 녹이면 쇳물이 된다. 쇳물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강철로 바뀐다. 이 강철 슬래브를 롤 사이로 통과시켜 얇고 긴 철판을 만든다. 이것을 실온에서 더욱 얇게 가공한 냉연제품, 아연 도금을 입힌 도금제품, 두껍고 강해 선박에 사용하는 후판제품까지 광양제철소는 다양한 철강 제품을 만들고 있다.

압연공정을 마친 철강제품. 포스코 제공
자동차 강판을 주로 생산하는 7GCL 공장 전경.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 시장이 바뀌는 것을 겨냥해 자동차용 강판(기가스틸)을 보다 얇고 가볍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는 탑재하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일반 자동차 보다 무게가 수백㎏ 더 무겁다. 박물 전용 압연기(ZRM) 설비를 갖춘 포스코가 만든 기가스틸 제품은 최대 0.5㎜까지 얇게 만들 수 있고 폭은 1650㎜까지 넓힐 수 있다.

김창묵 자동차소재마케팅실 친환경차그룹장은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8200만대였다. 한 대당 철이 1톤 가량 들어간다. 차 강판만 820만톤을 판매했기 때문에 820만대, 즉 10대 중 1대는 포스코가 만든 철을 사용한 차라는 의미”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특히 1㎟ 면적 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어 차량 부품 소재의 두께를 줄여 경량화가 가능하다. 2021년 기가스틸 100만톤 체제 구축하고, 지난 5월에는 중국 현지 가공센터에 기가스틸 전문 복합가공 공장을 준공했다.

1979년 전기강판을 첫 생산한 포스코는 전기강판 생산도 늘리고 있다. 전기강판은 일반 강판과 비교해 규소 함유량이 많아 전기, 자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전력 손실이 적어 전기차 구동모터용으로 많이 쓰인다. 전자기적 특성에 따라 방향성과 무방향성으로 구분되는데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자기적 특성을 보이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회전방식의 구동모터 등에 많이 사용된다. 현재 포스코는 전력 손실량이 1㎏ 당 3.5W 이하인 하이터 엔오(Hyper NO)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의 에너지손실은 일반 전기강판 대비 30% 이상 낮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서 만드는 10만톤(연간)에 더해 광양제철소에서도 내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충해 총 40만톤까지 생산량을 늘리는 게 목표다. 전기차 500만대의 구동모터를 만드는데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3일 시운전을 시작한 전기강판공장 건설현장에서 만난 안형태 투자엔지니어링실 하이퍼 엔오(NO) 능력증대티에프팀장(상무보)는 “철강 제품 두께를 얇게 할수록 열발생과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사람 머리카락 길이의 1/50 수준으로 두께를 관리할 수 있는 정밀설계로 매우 얇게 압연할 수 있는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포스코그룹은 3일 포항제철소 1기 설비 종합 준공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2030년까지 국내외 12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최정우 회장은 “지난 50년 한국 산업화를 이끌엇듯이 친환경 미래소재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 것”이라며 “73조는 포항과 광양 지역 사업장 중심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국내 투자로 생산유발효과가 연간 121조원, 취업유발효과는 연간 약 3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포스코의 전기강판으로 만든 전기차 구동모터. 포스코 제공

광양/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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