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세 축하드려요”···광주 남구, ‘500만원 천세축하금’ 지급에 의견 분분
광주광역시 남구가 111세 장수 어르신에게 ‘천세축하금’으로 500만원을 지급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효를 실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장려하겠다는 것인데, 장수 노인에 대한 의미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으로 축하금을 지급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구는 “관내 최고령자 A씨(111)에게 지난 3일 천세축하금 500만원과 축하패, 20만원 상당의 가족사진 촬영권을 지급했다”고 5일 밝혔다.
천세축하금은 지난 5월 남구가 개정한 ‘효행 장려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이 조례는 효도 수당과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관내 5년 이상 거주하면서 3대가 함께하는 가구의 장수 어르신에게 축하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광주 외에도 여럿 있다. 서울 용산구와 인천 계양구, 경기 고양, 울산 북구 등도 80세 이상에게 매년 20만~30만원을 지급하면서 100세가 되면 축하금으로 100만원을 별도로 지급한다.
광주 남구는 여기에 110세에 500만원을 지급하며 111~112세에는 매년 20만원 상당의 가족사진 촬영권과 건강 검진권을 별도로 제공한다. 이같은 효도 수당은 전국에서 남구가 유일하다. 남구 관계자는 “전통적 가치인 효심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현실을 감안해 지자체 차원의 효행 실천을 장려하기 위해 개정한 조례”라고 말했다.
효도 수당을 대폭 확대한 해당 조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장수 노인들과 해당 가구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과도한 혜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100세 이상 장수 노인에 대한 상징과 의미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연속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남구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 노인은 A씨을 포함해 모두 41명이다. 광주시에는 198명, 전국적으로는 8758명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광주는 14명(지난해 184명), 전국은 348명(8410명) 늘어난 규모다.
효행 문화 확산을 위해선 일회성 축하금이 아닌 노인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고민이 먼저라는 시각도 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천세축하금이 고령화 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나. 결국은 ‘인기 영합주의’에 불과한 정책이 아닌가”라며 “진정으로 효를 실천하는 사회적 분위기 장려하고 싶다면 장수 노인들과 그 가족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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