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스템 붕괴된 지방…중증질환자들 “두번 울어요”
대전은 충남대병원 단 1곳 불과…원정 진료·치료 불편·불만
2024~2026년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계획도 4기와 비슷해 기관수 ↑ 권역별 안배 시급… 복지부 “내년 연구용역 진행”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충청권을 비롯해 지방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특정지역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증질환자의 수도권행을 부채질해 지역의 2차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을 수 없는 악순환 고리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3차 의료기관을 말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3년마다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한다. 지정된 병원은 건강보험 수가 종별 가산율 30%를 적용받게 된다.
보건복지부,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20년 제4기(2021~2023년) 상급종합병원으로 모두 45개 의료기관을 지정했다. 당시 진료권역은 11개로 분류했다. 권역별로 보면 서울권 14곳, 경기 서북부권 4곳, 경기 남부권 4곳, 경북권 5곳, 경남 동부권 5곳, 경남 서부권 2곳, 충남·전남권에 각 3곳, 강원·전북권에 각 2곳, 충북권에 1곳이 지정됐다. 수치상으로 보면 수도권과 경상권에 전체 지정 상급종합병원의 75.5%(34곳) 가량이 집중된 것이다. 그간 5~7곳의 상급종합병원이 지정·운영됐던 경남권역을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나눈 결과, 지역간 불균형 및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반면 제주도는 항공편·응급 헬기 등 수도권으로 환자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서울권역에 포함시켜 불합리한 진료권역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구에 비해 상급종합병원이 부족한 충청권에서도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의료 생활권을 고려하지 않고, 대전과 세종, 충남을 단일권역으로 묶어 중증질환자 및 보호자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에서는 충남대병원 단 1곳만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된 반면 대구는 5곳, 부산과 인천은 각 3곳이 지정돼 있으며, 대전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광주도 2곳의 상급종합병원이 있다. 이에 따라 충청권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 대부분이 중증질환의 진료·치료를 위해 장기간 기다리거나 서울 등으로 원정을 떠나야 하는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복지부는 최근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 지정계획을 공고했다. 이달 말까지 신청서를 접수, 이후 실적평가와 현장 조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경 최종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전에선 충남대병원과 건양대병원이 평가기준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이달 중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충남대병원은 1~4기에 이어 재지정을, 건양대병원은 개원 후 신규 입성을 위한 2번째 도전에 나섰다. 5기 상급종합병원 기준을 보면 4기와 비교해 중증진료 관련 기준을 대폭 강화해 국가감염병 대응 등 관련 지표가 새롭게 추가됐다. 또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에 대해선 상시 입원환자 진료체계를 갖추고, 지속적인 입원진료 실적이 있는 지 중간평가해 지정 취소 조치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중증환자나 필수의료에 대한 역량을 강화해 지역 전문치료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정 기관을 늘리는 동시에 대전과 세종, 충남을 별도 권역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 인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100% 충족한 의료기관만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기 보다는 좀 미미하더라도 지역별 안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범국가적 의료시스템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합리적”이라며 “각 권역에 상급종합병원이 많아질수록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인력을 분산하고, 소멸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계획의 경우 지난해 기준이 확정된 만큼 변경은 불가능하고, 여러 의견을 듣고 개선안을 도출하기 위해 내년에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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