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다툼 벌이는 ‘중소돌’... 교보문고, 피프티피프티 논란에 난감

문수빈 기자 2023. 7.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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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지난해 9월 더기버스 지분 29.8% 인수
빌보드 진입에 함박웃음 지었는데…계약 분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교보문고 로고(교보문고 제공)

당초 대형 성공 사례가 될 것 같았던 교보문고의 음원 지식재산권(IP) 시장 투자 건이 씁쓸한 성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전속 계약 문제로 소속사와 공방전을 벌이는 더기버스가 교보문고의 투자처기 때문이다. 더기버스가 분쟁 끝에 피프티피프티와 작업을 계속한다고 해도, 이미 여론을 등진 피프티피프티가 전과 같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점이 교보문고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5일 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교보문고는 더기버스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로써 교보문고는 더기버스 지분 29.8%를 확보했다. 교보문고가 콘텐츠 개발업체 더기버스에 투자한 건 본격적인 음원 IP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교보문고는 IP가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하고 꾸준히 영역을 확장해 왔다. 실제 지난 10년간 공모전으로 IP 350여편을 확보했고, 이 중 60편에 대해 영화 또는 드라마화 등을 추진했거나 추진 중이다. 이렇다보니 음원 IP 시장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다는 게 교보문고의 설명이다.

지난해 교보문고는 매출액이 8323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으나, 139억원의 영업 적자가 났다. 매출 중 91.1%(7590억원)가 상품 매출에서 발생한 데다 역대 최고 매출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한 만큼, 교보문고 입장에서 사업다각화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상황이다.

교보문고는 핫트랙스 등 음반 유통을 꾸준히 해왔지만 음원 IP 사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교보문고는 서점을 넘어 예술문화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음원 시장 투자를 검토해 왔고, 더기버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투자 결정에는 더기버스의 음원 시장과 고객 트렌드에 대한 안목, 업계·주요 구성원과의 네트워크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아이돌그룹 피프티피프티./어트랙트 제공

올해 초 더기버스가 프로듀싱한 피프티피프티가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100에 오르며 교보문고의 투자도 성공 궤도에 오른 듯했다. 하지만 더기버스와 피프티피프티의 소속사인 어트랙트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달 23일 어트랙트는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접근해 당사와의 전속계약을 위반하도록 유인하는 외부 세력이 확인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어트랙트 측은 이 외부 세력이 유효한 전속 계약을 무시하고 워너뮤직코리아를 통해 피프티피프티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어트랙트가 지목한 외부 세력을 더기버스라고 봤다. 더기버스 역시 입장문을 내고 “소속 회사와 아티스트 간의 이슈에 대한 책임을 관련 없는 회사에 지우는 억지 프레임을 중단해달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그 사이 피프티피프티는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피프티피프티는 건강 악화와 투명하지 않은 정산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상황에서 여론은 어트랙트 쪽으로 다소 기울고 있다.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가 외제차와 시계를 처분하고 노모가 평생 모은 9000만원을 투자해 피프티피프티 숙소인 월세 270만원과 매월 2000만~3000만원의 트레이닝 비용을 감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프티피프티엔 키워준 소속사를 배신한 아티스트라는 낙인이 찍혔다. 전속계약 문제를 해결하고 피프티피프티가 더기버스와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전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보문고 관계자는 “(더기버스에 대한 투자는) 시장과 고객의 트렌드를 읽는 안목과 프로듀싱 능력 등 향후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졌다. 이번 이슈는 별개의 문제”라며 “투자자로서 가치 하락을 생각해 대책을 세운다는 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소속사와의 분쟁 이후 피프티피프티의 주요 스케줄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영화 바비에 OST로 참여하기로 했으나 사실상 무산됐으며, 미국 LA에서 열릴 ‘케이콘 LA 2023′에도 불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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