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65일 뜨거운 광양제철소…전기차 강판 기지로 ‘탈바꿈’
5개 용광로서 쇳물 생산…車 강판 연 820만t 생산
‘기가스틸’·‘하이퍼 NO’로 전기차 시장 경쟁력 확보
배터리팩 및 수소차 연료 전지 분리판 등도 개발
[헤럴드경제(광양)=김지윤 기자] 전 세계 280여개의 제철소 중 전남 광양에 위치한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단일 제철소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한번 용광로에 불을 지피면 15년 이상 불꽃을 꺼트릴 수 없는 만큼, 365일 쉬지 않고 뜨거운 열기를 쏟아내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광양제철소는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광활했다. 약 22㎢에 달하는 부지에 제철소의 두뇌 역할을 하는 관제센터, 데이터를 수집하는 스마트 데이터 센터를 비롯해 도로와 철길, 수출 부두, 열연공장 등이 자리해 마치 하나의 작은 도시를 보는 듯했다.
거대한 5개의 용광로가 줄지어 하루에 자동차 6만대 분량의 쇳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쇳물을 운반하는 특수 운반차 ‘토페도카’(잠수함 어뢰(Torpedo)와 닮아 이름 붙여짐)는 제철소 곳곳에 깔린 53㎞의 철길을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광양제철소의 전문 분야는 ‘자동차 강판’이다. 지난해 광양제철소에서는 약 820만t(톤)의 고품질 자동차 강판이 생산됐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연간 8000만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10대당 1대꼴로 포스코가 생산한 자동차 강판을 사용한 셈이다.
포스코는 꿈의 강판이라고 불리는 초고강도 강판 ‘기가스틸’과 전기차 구동모터의 에너지 손실을 줄여주는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하이퍼 NO(Hyper Non-Oriented electrical steel)’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날 포스코는 Hyper NO 생산 확대를 위한 전기강판 공장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제철소 내 24만㎡ 부지에 지어진 이 전기강판 공장은 축구장 34개 규모에 달한다. 공장은 시운전을 앞두고 설비 설치를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광양제철소에 총 1조원을 투입, 연산 30만t 규모의 Hyper NO 공장을 착공했다.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한 뒤, 내년 10월 2단계 준공이 목표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전비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유다. 전기강판은 규소(Si)가 1~5% 함유돼 전자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전력 손실이 적다.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자기적 특성을 보여 회전방식의 구동모터에 주로 사용된다. 철손(Core Loss)량에 따라 등급을 나누며, 철손값이 3.5W/㎏이하인 경우 Hyper NO로 구분한다.
포스코의 Hyper NO는 전기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일반 전기강판 대비 30% 이상 낮다. 두께도 0.15㎜까지 생산 가능해 경쟁력이 뛰어나다.
공장은 APL(Annealing&Pickling Line), ZRM(Zimna Reversing Mill), ACL(Annealing&Coating Line) 등으로 구성됐다. APL라인에선 열연판을 1200℃ 고온에서 열처리해 제품의 균질성을 확보한다. ZRM라인에선 고객이 원하는 두께로 가공한다. 이후 ACL라인에서 압연 중 발생한 철분을 세정하고, 코팅처리 등을 거쳐 자성품질과 절연특성을 확보한다.
안형태 투자엔지니어링실 Hyper NO 능력증대 TF팀장은 “전기강판은 국내 철강사 중 포스코만이 생산 가능한 제품”이라며 “금번 광양제철소 신설사업을 통해 양적 성장뿐 아니라 친환경 시대를 선도 하는 최첨단 설비의 구현을 목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포항제철소에서만 연간 10만t의 Hyper NO를 생산해 왔으나 2단계 준공이 완료되면 포항과 광양을 합쳐 연간 40만t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전기차 500만대의 구동모터 코아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양이다.
기가스틸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4도금공장 7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 용융아연도금라인)도 방문했다. 얇은 철판이 마치 커튼처럼 공장 곳곳에 수직으로 걸려 있었다. 최지인 도금부 엔지니어는 “이는 루퍼 타워(Looper tower)라는 설비로, 일종의 저장창고 개념”이라며 “24시간 진행되는 생산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생산된 철판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차량 부품 소재의 두께를 줄여 경량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요구되는 전기차에 적합하다.
이미 포스코는 2012년에 기가스틸을 45% 이상 적용해 기존 차체 대비 차량 무게를 약 26% 줄인 전기차 차체 실증 모델인 ‘PBC-EV(POSCO Body Concept for Electric Vehicle)’를 전 세계 철강사 최초로 개발했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전기차 ‘멀티머티리얼(Multi-Material) 배터리팩’, 수소차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소재인 ‘Poss470FC’ 등을 개발·생산해 미래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응해 기가스틸 생산량을 늘리고, 고강도 소재 복합 가공이 가능한 해외 가공센터를 확대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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