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기차 심장'의 시작…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이퍼 엔오' 공장
APL·압연·ACL 3단계 정밀공정 거쳐 '무방향성 전기강판' 탄생
1단계 준공시 15만t 생산 능력…2025년 전기차 500만대 분량 생산
(광양=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공사 막바지 단계로, 모든 설비가 설치됐습니다. 다음 주부터 시운전을 통해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들어갑니다."
지난달 30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만난 안형태 투자엔지니어링실 하이퍼 엔오(Hyper NO·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능력증대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아직은 멈춰 있는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 설비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운전은 사흘 뒤인 7월 3일 시작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주최한 테크 투어를 통해 광양제철소 내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 현장을 찾았다. 규모는 약 24만㎡(7만3천평)이며, 우선 올해 1단계 준공을 통해 연산 15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2025년 완공 이후 연 30만t 규모로 높일 예정이다.
다소 생소한 무방향성 전기강판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전기강판을 알아야 한다.
전기강판이란 규소를 1∼5% 함유해 전자기 특성이 우수하고 에너지 손실인 '철손'이 적어 전기·자기를 응용한 기기에 들어가는 철강 제품이다. 친환경차의 '심장'인 모터에 들어갈 로터와 스테이터를 만드는 데 쓰인다.
안 팀장은 "현재 국내 철강사 중 전기강판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포스코뿐"이라며 "1979년 전기강판 첫 생산 이후 44년간 생산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에서 이뤄져 온 전기강판 생산은 이제 광양제철소에서도 가능하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전기강판은 전류가 한 방향으로만 잘 흐르는지,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흐르는지에 따라 방향성, 무방향성 전기강판으로 분류된다. 이 중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친환경차의 엔진 역할을 하는 구동모터의 철심(코어)에 주로 쓰인다. 적은 양의 전기로도 강하게 작동할 수 있어 모터 소재로 제격이다.
이런 무방향성 전기강판에는 등급이 있다. 철손값이 3.5W/㎏ 이하여야 '하이퍼 엔오' 제품이 된다.
안 팀장은 "포스코 하이퍼 엔오 제품은 일반 전기강판 대비 에너지 손실이 30% 이상 낮다"고 소개했다.
크게 세 단계로 나뉘는 하이퍼 엔오 생산 공정 라인에는 높은 천장까지 뻗은 복잡한 구조의 제작 설비들이 빼곡했다.
하이퍼 엔오 제품은 소둔산세공정(APL)과 압연공정, 소둔코팅공정(ACL) 등 세 공정을 거치며 탄생한다.
APL 중 소둔공정은 강판의 균질성 확보를 위해 1천200도까지 가열한 후 천천히 냉각하는 과정을 말한다. 산세공정은 강판 표면의 산화층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APL 설비를 지난 두께 2.0㎜의 전기강판 중간제품은 압연공정에서 두께가 1.5㎜로 더욱 얇아진다. 전기강판이 얇을수록 모터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소음과 열 등 에너지 손실이 최소화되기에 얇은 두께가 생명이다.
안 팀장은 "포스코 박물 전용 압연기(ZRM)는 균일한 두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최첨단 제어 기술이 접목된 정밀 설비"라며 "사람의 평균 머리카락 두께인 100㎛(마이크로미터·1㎛는 0.001㎜)의 50분의 1 수준인 2㎛ 이내 편차로 두께를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단계인 ACL 설비에서는 강판의 품질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압연 과정에서 생긴 철분을 씻어내고, 소재에 쌓인 응력(스트레스)을 최대 1천50도 열로 제거하는 한편 강판 사이사이 전기가 흐르는 것을 방지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절연코팅을 마치면 하이퍼 엔오 제품이 탄생한다.
포스코는 현재 무방향성 전기강판 10만t을 포함, 연 83만t의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갖췄다. 광양 공장 완공 이후 생산능력은 총 113만t(무방향성 전기강판 40만t 포함)으로 늘어난다. 무방향성 전기강판 40만t은 전기차 500만대의 구동모터 코어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는 무방향성 전기강판뿐 아니라 전기차 경량화에 필수 소재로 꼽히는 초고강도 강판 '기가스틸'을 통해 급성장하는 전기차용 소재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중국에 기가스틸 전문 복합가공 공장을 준공했으며, 중국 2위 철강사 하북강철과 합작해 현지에 건설 중인 연산 90만t 규모 자동차용 도금강판 공장에서도 기가스틸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친환경차 시대를 선도하는 생산 체제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친환경차 소재 전문 메이커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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