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가조작' 라덕연도 피해자?

불공정거래, 엄벌로 재발 막아야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라덕연 등 피고인들이 주가 폭락 주식에 어떤 관여를 했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태로 진정한 이익을 본 사람들은 그 사람들(주가조작 세력)이고, 법정에 있는 사람들은 피해자입니다."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구속 기소된 라덕연 H투자자문업체 대표의 변호인은 첫 재판에서 이 같이 변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제 3자인 '폭락의 원인 제공자(세력)'를 밝히는 것이며 그것은 라씨가 아니라는 것이 주요 주장이다.

과거 유명한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암세포도 생명"이라며 암세포를 죽이는 함암치료를 받기를 거부하는 장면이었다. 암세포가 생명이라니. 너무도 창의적인 발상이다.

라씨 측도 상당히 창의적인 변론을 들고 재판에 나왔다. '라덕연 일당'은 재판에서 무등록 투자 일임업 혐의만 인정하고, 시세 조종 혐의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기자수첩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해당 종목들을 '가치 투자'했으며, "시세 조종으로 오해받을 만한 주식 매수와 매수 지시를 한 적은 있으나, 시세 조종의 의사가 없었고 시세 조종을 한 적은 없다"고도 항변했다. 반성의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태도다.

그 뿐인가. 투자자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휴대폰을 수거해 투자자 거주지 인근에서 주식을 매매한 것에 대해선 "휴대폰을 받아 (주식 거래를) 이 사람(라덕연 조직)이 했느냐, 어느 장소에서 했느냐는 시세 조종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오죽하면 재판부가 "피고인들은 변호인과 상의해 본인의 행위가 시세 조종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일정 부분은 인정해야 재판이 빨라진다"고 말할 정도니, 변호인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알 수 있다.

피고인들의 뻔뻔한 주장은 과거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얼마나 느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에서 '감옥에 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만연하게 퍼져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신설,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해당 법안은 법률 공포 기간을 거쳐 내년 1월께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통상 법안 개정안의 소급이 불가한 만큼 이번 주가조작 사태엔 적용되지 않겠지만, 향후 불공정거래에 대한 보다 강한 처벌이 가능해진 만큼 시장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불공정거래 행위는 지능화·고도화되는 방법으로 변화했을 뿐 결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의 신뢰',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은 국내 증시에서 말로만 떠돌고 있다. 범죄를 차단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범법 행위로 취할 이득보다 잃을 것이 크면 된다.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엄벌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