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 불안감 증폭…매출 반토막에 예약 끊긴 지 2주"[르포]

조민정 2023. 7.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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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량진수산시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직격탄
“매출 반토막 아래…예약 끊긴 지 2주 넘어”
“먹으면 다 죽는 줄…속 타들어가”
“정부, 안전 확신 갖게 대처해야”

[이데일리 조민정·김범준 기자 김영은 수습기자] “옛날 광우병 파동 때 괴담처럼 안 좋다고 얘기하니까 일반 국민들은 불안감이 생길 거 아니냐. 희망 없다고 장사 접은 상인이 최근 3개월 동안 15명도 넘는다. 전반적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들 느끼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25년 넘게 장사해온 전창배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얘기에 장탄식을 내뱉었다. 이 시장의 4개 상인회 중 하나인 대중상우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전씨는 “상인들은 언론과 정치인들 한마디한마디에 죽어나가고 있다”며 “자극적인 문구로 이슈화가 되니 속이 타들어 간다”고 했다.

5일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 김모(54)씨가 수조에서 어류를 건져 올리고 있다.(사진=김영은 수습기자)
“불안 이용한 선동, 광우병 때랑 닮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전성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지 하루 뒤인 5일에도 노랑진시장의 풍경은 전날과 다를 바 없었다. 오가는 손님들이 드물고 한산해, 상인들이 물 묻은 장화를 신고 지나간 까만 발자국만 시장 바닥에 또렷이 보였다. 간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로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는 등 상인들의 모습은 무료하고 무기력해보였다.

시장의 상인들은 야당 등을 중심으로 도는 ‘오염수 괴담’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오염수 방류 시 국민 먹거리 안전이 위협 받는다면서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는 등의 과격한 말들까지 나온 상황이다.

30년째 장사 중인 이모(66)씨는 “몇월 며칠에 방류하겠다는 결정이 나면 방송에 취약한 국민들은 내일모레 당장 죽는 걸로 생각할 것 같다”며 “수질검사 기간, 안전평가 등이 있는데도 괴담이 도니까 그러는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조개류를 파는 50대 박모씨도 “온라인에서도, 언론에서도 하도 괴담을 떠들어대니까 장사 개시도 못하는 날이 생겼다”며 “‘먹으면 다 죽는다’ 같은 말 말고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서 방류를 반대하면 도움이 되겠는데 국민을 불안하게만 하고 있다”고 했다.

장을 보러 왔던 70대 손님 김모씨는 “지금 미국산소고기 먹을 사람은 먹고 안 먹을 사람은 안먹는데 광우병 때는 나라 망할 것 처럼 불안하게 했잖나”라며 “정치인들이 선동하는 모습이 그때와 닮았다,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염수에 대한 불안, 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괴담으로 시장엔 손님들의 씨가 말라가고 있었다. 박씨는 “못 팔아도 하루에 30~100만원은 팔았었는데 요즘 들어 20~30만원 밖에 안 나오는 날이 많아졌다”고 했다. 40년 동안 장사해왔다는 윤모(63)씨는 “후쿠시마 방류 소식으로 시끄러웠던 지난달 무렵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더라”며 “일주일에 3~4회 정도 단골을 포함해 예약이 늘 꽉 차있었는데 예약이 끊긴 지 2주 정도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는 개시하고 손님을 한명도 못 받았다고 하는 상인들이 여럿 있다, 요즘 이런 일이 자주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사진=김영은 수습기자)
“정확·투명한 설명,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 필요”

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들은 정부가 올바른 정보 전달과 대책으로 국민에게 오염수로부터 안전하단 인식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괴담도 문제지만,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처가 따라주지 않고 있단 점도 문제라는 것이다.

상인 김모(54)씨는 “방류 결정에 민감한 국민들은 ‘방류=구입 안 한다’란 등식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의 친절한 설명 없이 방류만 이뤄지면 우리는 전멸할 것”이라며 “IAEA가 삼중수소다 뭐다 하는 말을 하면서 과학적으로 방류해도 안전하단 근거를 내놓고 있는데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더 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상인 이씨도 “정부가 아주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그 부분을 투명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며 “오염수 방류로 인한 안전 관리에 준비가 제대로 돼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오랜만에 수산시장을 찾았다는 70대 남성 김모씨는 “당장 어느 지역이 제일 위험한지, 우리나라까지 얼마나 오염수가 오는지 등 방사능 정보를 정확히 알리고, 어떻게 대처할지 알기 쉽게 홍보도 해야 한다”며 “수치가 이렇다더라 하는 것 말곤 오염 물질이 얼마큼 도달하는지, 우리 식탁엔 얼마나 올라오는지 이런 기본적인 설명이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수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주일에 3회 실시하던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5회로 늘려 거의 매일 하고 있고, 하루에도 수시로 틈날 때마다 하고 있다”며 “수협중앙회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방류 이후 어떻게 대응할지 검사체계 강화 등에 대해서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상인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지원책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창배씨는 “여기는 법정 도매시장이라 정부에서 발행해주는 온누리상품권도 결제가 안된다”며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온누리상품권이라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AEA는 전날 “11개 국가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원자력 안전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거의 2년 동안 작업한 결과”라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의 계획이 IAEA의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차관급)은 “IAEA가 국제적으로 합의된 권위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거기서 (결론)내린 거에 대해서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은 이번에도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국내외 설득작업을 거쳐 이르면 8월에라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정 (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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