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이나 같이 뛰었는데도 끝내..두 슈퍼스타의 지독한 엇박자[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두 슈퍼스타가 함께 건강하게 맹활약하는 시즌은 끝내 오지 않을 듯하다.
LA 에인절스는 7월 5일(한국시간) 초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4일 경기에서 스윙 도중 왼쪽 손목에 이상을 느낀 마이크 트라웃이 유구골 골절 판정을 받은 것. 에인절스는 트라웃을 10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등록했다. 트라웃은 복귀까지 빠르면 4주, 늦으면 8주까지도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오타니 쇼헤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리기 위해 반드시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내야 하는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소식이다. 에인절스는 4-6월 3달 연속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지만 6월 말부터 페이스가 떨어졌다.
6월 중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 와일드카드 레이스 2위였던 순위는 최근 페이스 하락으로 내려앉았다. 5일 기준 에인절스는 서부지구 3위,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3위에 4경기차로 뒤쳐졌다.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팀의 상징인 트라웃이 부상으로 한 달 이상 이탈하게 됐다. 이날 IL 등록으로 트라웃은 3년 연속 IL 신세를 지게 됐다.
2020년까지 트라웃은 건강한 선수였다. 2011년 데뷔한 트라웃은 2020년까지 10년 동안 빅리그에서 IL에 단 두 번 밖에 오르지 않았다. 2017년 왼손 엄지손가락, 2018년 우측 손목 부상으로 IL에 오른 트라웃은 10년 동안 IL 등록 기간이 약 2개월 뿐이었다. 신인왕을 차지한 2012년 루키 시즌을 시작으로 2020년 단축시즌까지 9년 연속 규정타석을 소화했다.
하지만 2021시즌 종아리 문제로 단 36경기 출전에 그쳤고 지난해에도 허리 문제로 한 달 이상 결장하며 119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근소한 차이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올시즌 358타석을 소화한 트라웃은 만약 부상이 길어질 경우 3년 연속 규정타석 소화에 실패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트라웃이 '건강하지 못한 선수'가 된 것은 오타니의 약진과 시기가 정확히 겹친다. 2021시즌은 오타니가 MVP를 차지하며 야구의 '아이콘'으로 새롭게 거듭난 바로 그 시즌이다.
2018년 포스팅을 통해 에인절스에 입단한 오타니는 투타 겸업으로 큰 화제를 모았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선수였다. 데뷔시즌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투수로는 단 10경기 등판에 그쳤고 토미존 수술까지 받았다. 2020시즌까지 투수로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오타니는 단축시즌 타자로도 .190/.291/.366 7홈런 24타점의 형편없는 성적을 쓰며 '투타 겸업의 화제성'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 선수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2021시즌 투수로 23경기 130.1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 타자로 .257/.372/.592 46홈런 100타점 26도루를 기록하며 만장일치 MVP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비록 MVP를 애런 저지(NYY)에게 내줬지만 역사상 최초로 규정타석, 규정이닝을 동시에 충족시키며 역시 'MVP급'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올시즌에도 투타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트라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현역 최고의 선수. 이미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커리어를 작성하고 있다. 그리고 야구의 아이콘인 오타니도 맹활약 중이다. 하지만 이 두 선수를 모두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에인절스는 2014년 이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심지어 마지막 위닝시즌도 2015년이다. 두 선수를 동시에 보유한 것이 벌써 올해로 6년째지만 팀 성적은 매년 부진하다.
두 슈퍼스타의 심각한 엇박자 때문이다. '건강한 트라웃'은 오타니가 데뷔한 2018시즌 아메리칸리그 MVP 2위에 올랐고 오타니의 2년차 시즌이던 2019년에는 통산 3번째 MVP를 거머쥐었다. 단축시즌에도 MVP 투표 5위에 올랐다. 트라웃이 2018-2020시즌 3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327경기 .298/.439/.631 101홈런 229타점 36도루로 그야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트라웃이 리그를 지배하던 시절 오타니는 팀 전력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선수가 아니었다. 오타니는 2018-2020시즌 3년 동안 타자로 254경기 .269/.340/.503 47홈런 147타점 29도루를 기록했고 투수로는 12경기 53.1이닝 4승 3패, 평균자책점 4.39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저 트라웃의 '동료 1' 수준의 성적에 불과했다.
그리고 오타니가 리그를 지배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르자 트라웃에게 문제가 생겼다. 트라웃은 2021-2023시즌 .283/.383/.581 66홈런 142타점으로 여전히 강력한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3시즌 동안 236경기 밖에 치르지 못했다. 아무리 대단한 타격 능력을 가졌어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팀에 기여할 수 없다.
트라웃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에인절스는 포스트시즌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가을 무대에 초대받지 못하는 팀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는 오타니는 이대로라면 결국 에인절스와 동행을 올시즌으로 끝낼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두 스타는 6년이나 같은 유니폼을 입었지만 두 스타가 같은 시즌 함께 역사적인 활약을 펼치는 모습은 끝내 '이뤄지지 않는 꿈'으로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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