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혼란 가중시킨 IFRS 가이드라인···전진·소급이 뭐길래

보험사에 적용되는 새로운 자본규제이자 회계기준인 IFRS17(새국제회계기준) 적용을 둘러쌓고 보험업계 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IFRS17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혼란을 잠재우나 싶었으나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적용하냐를 두고 보험업계는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생보업계 CRO(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들과 IFRS17 가이드라인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지난주에 손보업계 CRO들과 만났고 이날 각사 계리부문 담당자들은 손해보험협회에서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과 관련 의견을 조율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보다 정확한 당기순이익과 CSM(계약서비스마진)을 산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보험사들에 제시했다. 실손의료보험,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가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당국은 자율성이 보장되는 IFRS17을 악용해 낙관적인 전망을 기초로 보험사들이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문제는 가이드라인 적용 시기다. 보험사들은 1분기는 그대로 두고 2분기부터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전진법과 이전 회계결과에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소급법을 선택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을 2분기부터 적용하면 대부분 보험사들의 순이익과 미래가치를 나타내는 CSM(계약서비스마진)은 1분기와 비교해 줄 수 밖에 없다. 전진법을 적용하면 월등했던 1분기 순이익과 비교해 2분기 순이익 확 주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가이드라인을 1분기부터 적용하면 1분기 순이익이 줄고 2분기도 줄어드는 모양새로 바뀐다.

금융당국은 회사 사정에 맞게 각 보험사가 전진법과 소급법을 선택하면 된다는게 공식 입장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가 전진법 적용을,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은 소급법 적용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소급법을 적용하면 회계상 부정을 저지르는 것처럼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소급법을 적용하려는 보험사가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고 회사별로 입장이 달라 논쟁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뒤늦은 가이드라인 적용이 논쟁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한 보험업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애매한 규정과 기준의 교통정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건의했지만 대응이 소극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예실차(예상치와 실제 수치 간 차이)라는 기준이 있음에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게 옳은 선택이었는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