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재정 다이어트' 요구에도…與, 예산으로 프리미엄 누린다

민동훈 기자 2023. 7. 6.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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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5일 오전 울산광역시청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힘-울산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7.05.


윤석열 대통령이 '재정 다이어트'를 주문하고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가운데 여당 지도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여당 지도부 입장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예산 협의를 통해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기현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울산시청에서 '울산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 지역 현안과 더불어 예산 지원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이 울산시와 단독으로 예산정책협의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울산시는 국비지원 사업 10건, 현안 사업 11건을 보고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긴축 예산, 건전 예산 명목으로 기초검증예산을 이미 20% 삭감했는데 10%를 더 하라고 하니 사실 숨이 갑갑하다"며 "울산 예산은 꼭 좀 배려해서 지켜달라"고 읍소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업이 없었다"며 "단순하게 100억원, 200억원 사업비 증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 퀀텀점프를 위한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장도 "울산 현안 예산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에 소홀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호남과 강원, 서울, 제주, 충청 등에서 연일 예산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6일엔 부산 예산정책협의회도 예정돼 있다. 예산정책협의회는 여당이 각 지자체를 만나 지역 현안을 점검하고 중점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다. 지자체에서 필요한 예산이나 법령 개정을 여당을 통해 중앙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2021년 기준으로 평균 40.1%에 그치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가 편성해 내려보내는 국비사업 예산이나 교부금에 대한 갈증이 크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관한 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7.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히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정 다이어트를 강력히 주문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치적 야욕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긴축 건전 재정이 지금은 불가피하다"면서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내년도 예산확보가 급한 지자체 입장에선 비상등이 켜졌다. 전날 대구에서 열린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 지도부와의 개인적인 인연까지 꺼내 들기도 했다. 홍 시장은 "대통령의 예산 다이어트 지시로 굉장히 어려운 환경하에서 예산을 짜는 거로 알고 있다"며 "윤재옥 원내대표님과 박대출 정책위의장님은 저하고 각별한 인연이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구 예산을 잘 챙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김 대표를 비판하며 각을 세우다 지난 4월 국민의힘 상임고문에서 해촉된 바 있다.

당적이 달라도 여당 대표가 주관하는 예산정책협의회에 직접 참석해 현안사업을 설명하고 예산 편성을 읍소하는 지자체장도 있다. 지난달 14일 호남 예산정책협의회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기정 광주시장이 참석해 "150만 광주시민을 위해 광주발전에 강력한 지지와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호남 3선 의원 출신으로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여당 지도부는 이러한 상황을 활용해 지역에서 진행하는 예산정책협의회를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지역 맞춤형 예산정책 수립의 장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김기현 여당 지도부가 첫 예산정책협의회를 호남에서 개최한 것에도 이러한 전략적인 이유가 담겼다. 보수당의 대표적인 험지인 호남을 가장 먼저 찾아 지역 핵심현안을 챙기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총선 지형을 유리하게 끌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전직 기획재정부 관료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재정 다이어트를 지시한 만큼 대규모 국책사업부터 예산규모를 줄이는 경우가 많고 지역사업의 경우 중요도가 뒷순위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럴 때 보호막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게 여당 지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부에서건 예산당국이 여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경우는 없다"면서 "여소야대 국면이라고는 하더라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하는 여당 지도부가 가진 힘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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