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증 고통 퇴직 광부들 “병원 확진 받아도 공단은 무장해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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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워낙 건강했으니, 호흡이 좀 가빠도 '나이 들어 그런 거려니' 했지. 그런데 진폐증이래. 그 소릴 들으니 하늘이 노래지더라고."
"우리 추산으로는 전국에 진폐 환자가 최소 3만명입니다. 확진 판정 받은 사람과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 만성 폐쇄성 질환자를 다 합치면 그 정도예요. 탄광이 모두 문 닫으면 진폐 환자에 대한 관심까지 사그라들까, 그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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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연대 추산 진폐증 환자 3만명
업무상 질병 판정은 1만8천여명뿐
“젊을 때 워낙 건강했으니, 호흡이 좀 가빠도 ‘나이 들어 그런 거려니’ 했지. 그런데 진폐증이래. 그 소릴 들으니 하늘이 노래지더라고.”
진폐는 폐에 분진이 달라붙어 염증이 생기고 폐가 점점 굳어가는 질환으로 광부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숨이 쉽게 차고, 가래가 끓거나 기침도 자주 난다. 폐결핵, 폐암 등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32년 동안 근무한 최월선(74)은 광업소가 문 닫아 일을 그만둔 지 17년이 지난 2021년에야 진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창 일할 때도 탄가루 마시면 나쁘다는 건 알았지만, 먹고사는 게 녹록지 않으니까 그냥 (막장에) 들어갔지. 그런데 병들고 보니 갈수록 고통이 심해져.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좋겠어.”
최월선과 같은 사북광업소에서 19살 때부터 일했다는 구세진(66)도 현직 광부로 있던 2004년 진폐 확진자가 됐다. 그는 “굴속에서 탄이 내려오면 1m 앞도 분간이 안 된다. 그걸 그냥 들이마시면서 일했으니 폐가 멀쩡할 리 있었겠느냐”고 했다.
고용노동부 산재보험 통계를 보면, 업무상질병 판정을 받은 진폐 환자는 2021년 기준 1만8742명이다. 장해 등급에 따라 진폐보상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병원에서 진폐 판정을 받고도, 근로복지공단 진폐심사위원회에서 ‘무장해’ 판정을 받는 이들도 더러 있다. 사북광업소에서 5년 동안 일하다 퇴직한 구아무개(75)씨는 “8년 전부터 근로복지공단 지정 병원에서 진폐 확진을 받았지만, 공단 심사에만 가면 확진이 아니라 의심증이라고 한다. 맨몸으로 걸어도 숨이 찬데, 몇년째 같은 검사를 받게 하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광산진폐권익연대가 확보한 ‘진폐 정밀검진 이의신청 현황’을 보면, 2017∼2021년 이의신청을 통해 장해를 인정받거나 장해 등급이 높아진 사람은 206명이다.
“우리 추산으로는 전국에 진폐 환자가 최소 3만명입니다. 확진 판정 받은 사람과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 만성 폐쇄성 질환자를 다 합치면 그 정도예요. 탄광이 모두 문 닫으면 진폐 환자에 대한 관심까지 사그라들까, 그게 걱정입니다.”
광산진폐권익연대 회장을 맡고 있는 예순여섯살 ‘젊은 환자’ 구세진의 말이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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