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인 러브도 안된다?… 학교 연극에까지 번진 美 진영 싸움

조성호 기자 2023. 7. 6. 03: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남장” 보수진영서 비판

예술 교육의 주요 수단으로 꼽혀온 학교 연극이 미국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문화 전쟁터’가 됐다고 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자신들의 성향에 맞지 않는 책을 학교 도서관 금서(禁書)로 요구하는 데 이어, 학생들이 올리는 연극까지 검열하는 보수·진보의 이념 다툼이 학교 현장에서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 교육연극협회가 지난달 교사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7% 교사가 ‘작품이 시비에 휘말릴까 우려하는 바람에 새 학기 공연 선정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특정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는 이유로 사직 압력을 받는 동료 교사가 늘어나자 작품 선정 자유가 잔뜩 움츠러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가장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연극은 ‘쉬 킬스 몬스터스(She Kills Monsters)’다. 2011년 초연 이후 호평받으며 미국 학교에서 일곱째로 자주 무대에 오르는 인기 연극이 됐지만 보수 진영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여동생이 죽기 전 남기고 간 ‘던전 앤드 드래곤’ 게임을 하면서 주인공이 몰랐던 여동생의 모습을 알아가는 여정을 그렸는데, 알고 보니 여동생이 레즈비언이었다는 내용으로 보수 성향 학부모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영화 뿐 아니라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연극이 상연돼 널리 알려진 ‘셰익스피어 인 러브’도 주인공이 남장(男裝) 여성이라는 이유로 보수 진영이 반대하고 있다. 여장 남성이나 남장 여성이 성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으니 교육 현장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뮤지컬 ‘그리스’는 진보 성향 학부모들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문제 삼고 있다. 이 밖에도 백인 등장인물이 없거나, 괴롭히는 장면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수많은 연극이 학교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양쪽 진영이 각각 입맛에 맞지 않는 작품들에 트집을 잡으니 정작 무대에 올릴 수 있는 학생 연극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뉴욕 바루크 공연예술센터의 하워드 셔먼은 NYT에 “학생들이 가족 친화적인 것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