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살린 다부동 승전, 73년 만에 세워진 백선엽 장군 동상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의 동상이 5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세워졌다. 1950년 다부동 전투가 벌어진 지 73년 만에 승리의 주역을 현장에 모신 것이다. 국방부 장관과 한미연합사령관, 한미 양국 주요 인사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정권은 그를 친일로 매도하고 홀대했다. 정상적인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늦었지만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지켜낸 영웅을 제대로 평가하고 추모하게 된 것이다.
경북 다부동은 6·25 전쟁의 향방을 바꾼 최대 격전지였다. 백 장군은 제1사단장으로 8000여 명의 국군을 이끌고 북한군 3개 사단 2만여 명의 총공세를 막아냈다. 만일 다부동에서 무너졌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군의 공세에 밀려 부하들이 후퇴하려 하자 백 장군은 “우리가 밀리면 나라도 끝장이다. 내가 앞장서겠다. 내가 물러서면 너희가 나를 쏴라”고 했다. 그가 권총을 뽑고 앞장서자 부하들이 적진으로 돌격해 빼앗긴 고지를 탈환했다. 유학산 고지는 아홉 번, 328고지는 무려 열다섯 번 주인이 바뀌었다. 하지만 백 장군의 1사단은 한 달 넘는 공방전에서 북한군을 물리치고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냈다. 6·25에서 한국군이 거둔 가장 중요한 승리였고 전세 역전의 결정적 발판이 됐다.
백 장군은 이후 북진해 가장 먼저 평양에 입성했고, 1·4 후퇴 뒤에도 서울을 최선봉에서 탈환했다. 휴전회담 대표를 지내고 한국군 최초로 대장에 올라 두 차례 육군참모총장을 맡으며 군을 재건했다. 미군은 백 장군을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한국군 장교’ ‘최상의 야전 사령관’이라 불렀다. 주한미군사령관들은 취임하면 백 장군을 찾아 전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백 장군을 ‘독립군 토벌 친일파’라고 매도했다.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다는 이유였지만 당시엔 만주에 독립군이 없었다는 게 정설이다. 문 전 대통령은 백 장군이 아니라 남침 공로로 북에서 훈장을 받은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했다. 민주당은 백 장군의 훈장을 박탈하자고 했고 현충원 안장도 막으려 했다.
그가 100세로 영면하자 미 백악관과 국무부,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은 모두 애도 메시지를 냈고 ‘한국의 조지 워싱턴’이라고 추앙했다. 시민분향소엔 수만명의 시민이 장대비를 맞으며 조문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조문은커녕 애도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6·25 참전 12만명의 전우가 묻힌 서울 현충원 아닌 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보훈처는 장례 다음 날 그를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고 낙인찍었다.
백 장군의 명예 회복은 문 정권이 끝나고야 이뤄졌다. 이번 동상 제막식에선 다부동에서 포탄·식량 등을 실어 나른 민간인 ‘지게 부대원’들도 함께 조명받았다. 오는 27일엔 한미 동맹을 맺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도 다부동에 세워진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예우하지 않는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 백 장군 같은 호국 영웅을 홀대하고 매도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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